[한경데스크] 일본에 외국인 관광객이 느는 이유
일본 여행 열풍이 불고 있다. 개학을 앞둔 이달 말까지 일본을 다녀오려는 여행객이 몰려 관광업계에선 일본행 항공권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사를 놓고 한·일 간 외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실감나지 않는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사상 처음으로 500만명을 넘어섰다. 한 해 전 400만명 돌파에 이어 가파른 증가세다. 일본을 찾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도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급증하고 있다. 2015년 1970만명에서 지난해 2400만명을 넘어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를 열었다.

관광상품 차별화·다양화

지난 주말 둘러본 규슈(九州) 곳곳에서 일본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눈으로 확인했다. 주요 4개 섬 가운데 한국과 가장 가까운 규슈는 벳푸, 유후인 등 온천 관광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자연과 역사, 문화 자원 등을 활용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가고시마현에서 오지로 꼽히는 이즈미(出水)시의 이즈미평야는 천연기념물인 두루미 세계 최대 서식지로 떠오르며 외국인의 발길이 늘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정부의 예산 지원 아래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보호 활동을 펼쳐 멸종 위기에 처한 두루미들을 살려냈다. 이곳에서 겨울을 나는 두루미는 많을 땐 하루 최고 1만5000마리를 넘어 세계 전체의 90%를 넘는다고 한다.

해질 무렵 이즈미평야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수천 마리의 두루미 풍경은 장관이었다. 두루미박물관과 두루미관찰센터는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학술 정보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즈미시 산업진흥부의 모리야마 사치 과장은 “세계 최대 두루미 서식지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조류학자는 물론 사진작가, 관광객이 몰려들어 한적하던 시골마을에 외국인 방문객이 크게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장기 단계적으로 개발

자연과 역사유적 등을 묶은 트레킹 상품인 ‘규슈올레’도 외국인 관광객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 19일 후쿠오카현 미야마시의 조야마(女山) 입구에 한·일 양국의 트레킹 마니아 200여명이 모였다. 이날 개장하는 ‘미야마 기요미즈야마’ 코스를 걷기 위해서다. 선사시대 고분군이 몰려 있는 조야마산 정상을 지나 1200년의 역사를 지닌 ‘기요미즈데라’ 절과 산길을 연결하는 12㎞ 코스를 체험하기 위해 한국에서도 100여명이 참가했다.

규슈올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도보여행자 길인 ‘제주올레’ 브랜드가 수출돼 만들어진 트레킹 코스다. 2012년 2월 1호를 시작으로 19번째 길이 상품화됐다. 규슈의 7개 현(한국의 도에 해당)이 저마다 특색 있는 자연과 유적지 등을 묶어 매년 2, 3개씩 상품화하고 있다. 테마여행 전문회사인 브라이트스푼의 김용균 대표는 “여행자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면서 차별화된 관광을 원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며 “일본 관광산업이 한 단계 도약해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이후 20년 이상 장기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2012년 말 취임한 아베 총리는 관광산업을 일본 경제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아 힘을 쏟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도쿄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외국인 관광객 4000만명 유치 목표도 결코 ‘과욕’이 아니다.

최인한 한경닷컴 대표 직무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