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를 국가개조 기회로
“동냥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 방해하고 싶지도 않아요. / 물수제비 뜨며 놀 수 있는 / 약간의 물만 원해요.” 유니세프의 아프리카 아동 지원활동을 후원하는 파리 연예인 단체가 만든 샹송의 일부다.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건 어른들이 던져주는 동전이 아니라 ‘물수제비 뜨기’ 하며 느끼는 작은 행복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노래로 포장하기엔 우리 삶의 무게가 너무 버겁다. 파리 지하철의 노숙 난민, 모기지 때문에 길거리로 쫓겨난 뉴요커, 길거리를 배회하는 남유럽 실업 청년 등 어지러운 삶의 모습은 세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저성장, 고실업, 불평등, 난민, 테러 등 문제를 보면 과거보다 행복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헬조선’ ‘흙수저’ 같은 말이 횡행하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날 인류사회가 직면한 도전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궁핍이나 저개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선진국에도 공히 적용되는 문제다. 이런 인식 아래 유엔은 2015년 9월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채택했다. SDG로 불리는 새로운 유엔 목표는 선·후진국을 막론하고 인류가 공통으로 갖춰야 할 삶의 기준을 17개 목표, 169개 타깃으로 제시했다. 빈곤, 보건, 교육, 성 평등, 환경, 성장, 고용, 불평등, 평화로운 사회와 제도 등 전 분야를 아우르고 있으며 목표 수준 또한 야심차고 변혁적이다. 선진국조차 달성하지 못한 목표가 많은데 임금격차 해소를 포함한 ‘성 평등’ 목표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이 30점 수준이고 한국은 더 낮다.

유엔 목표를 이행하려면 △현 상황을 파악하고 △목표 달성 전략과 추진체계를 마련한 후 △정책방안을 실행하고 평가해야 한다. 유엔 목표를 기존 국가발전목표와 연계할지, 추진체계를 어떻게 구축할지 등은 각국 사정에 맞춰 정하면 된다. 현재 각국은 SDG 초기상황과 목표 간의 거리를 파악하고 추진전략과 체계를 손보는 등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도 작년 7월 SDG 이행현황을 유엔에 보고한 바 있지만 국내 준비는 대체로 미흡하다.

유엔 목표의 이행은 국가 발전의 변곡점에 있는 한국에 의미와 유용성이 크다. 우선, SDG 항목은 경제사회가 건강한지, 어디가 아픈지 종합 점검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다. 언제부터인가 활력이 떨어지고 아프기도 하지만 원인과 처방에 대한 의견은 각기 다르다. 유엔 목표에 비춰보면 우리 국민의 삶이 어떤지,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 체계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둘째. 국가목표와 발전전략을 재검토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대단한 경제적 성과를 이뤘지만 구조적 문제가 쌓였고 발전패러다임의 유효성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SDG를 토대로 앞으로 지향할 목표와 우선순위를 논의하면 국가개조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경제 목표와 사회적 가치가 상충하는 경우가 많지만 유엔 목표를 균형 있게 달성하려면 경제적 왜곡을 줄이고 비경제 부문의 취약성을 고쳐야 한다. 경제는 명확한 원칙과 공정한 경쟁의 틀에 따라 어깨 힘을 빼고 ‘정상’ 작동케 하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셋째, 유엔 목표는 구성원 모두가 고민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의제다. 참여와 소통으로 중지를 모으는 과정에서 국가발전을 위한 공감대도 키울 수 있다.

유엔 목표는 어차피 지켜야 하는 국제적 약속이므로 더 전향적으로 임해야 한다. SDG 이행을 종합적인 국가개조의 맥락에서 파악하고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추진체계도 현재의 산발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실효성 있게 정비해야 한다. 더욱 행복한 국가 건설을 위한 국제 경주에서 첫걸음부터 뒤처질 수는 없다. jwyoon15@mofa.go.kr

윤종원 < 주OECD 대사 jwyoon15@mof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