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 칼럼] "인간의 광기(狂氣)는 알 수가 없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알 수가 없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이작 뉴턴. 그가 영국 남해회사(The South Sea Co.) 버블이 한창이던 1720년께 그 주식에 투자해 거액의 재산을 날린 후 남긴 말이다.

뉴턴은 만유인력과 운동법칙을 최초로 증명해 물리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종신직인 영국 왕립학회 회장을 맡았던 그는 한때 런던 조폐국의 국장(부사장급)으로 일한 특이한 경력도 갖고 있다. 그런 뉴턴이 왜 말년에 주식 투기에 빠졌을까? 범인(凡人)들의 투기는 광기지만 자신의 투기는 정상이라 생각했을까?

13세기의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는 경계해야 할 중대한 죄로 권력과 부(富)와 섹스에 대한 탐욕을 지목했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의 추구는 인류의 본능으로서 산업과 경제성장의 동력이 돼온 것이 사실이다. 권력과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탐욕이 수반된다. 때로 정도를 넘은 탐욕은 광기를 수반하고, 광기는 투기를 유발해 경제와 사회를 파탄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역사 속에 나타난 광기의 사례들을 살펴보자. 15세기 초 대항해 이후 유럽은 신대륙과 동양으로 향하는 항로를 개척해 전례 없는 경제 발전을 구가한다. 17세기 중반 무역과 금융업의 발전에 힘입어 호황기를 맞은 네덜란드에서는 자본주의 최초의 버블로 꼽히는 튤립 투기가 일어났다. 최상급 튤립 한 뿌리의 가격이 일반 가정 1년 생활비의 10배를 웃돌았다고 하니 투기가 얼마나 극심했는지 짐작할 만하다. 네덜란드에 이어 프랑스에서는 남해회사 버블과 비슷한 시기에 미시시피 계획 버블(프랑스 식민지인 미국 남부 루이지애나 개발계획에 의해 일어난 버블)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그 규모와 손실이 너무 커 프랑스가 식민지로 지배한 루이지애나주를 미국에 넘기는 계기가 됐고 이후 프랑스 혁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네덜란드의 튤립, 영국의 남해회사, 프랑스의 미시시피 계획은 유럽 역사에서 3대 버블로 꼽힐 정도다.

아메리칸 드림의 나라 미국 역시 투기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건국 초기의 미국에서도 부동산 투기가 크게 일어났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3대 대통령 등 많은 정치 지도자가 투기에 관련됐다. 그리고 1792년에는 광기에 가까운 주식 투기로 최초의 경제 공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1837년부터 100년이 안 되는 기간에 잘 알려진 1929년의 세계 대공황을 포함해 여섯 번의 공황이 일어났다. 1849년 캘리포니아에서 발견된 금광은 미국인들에게 일확천금의 꿈을 안겨줬고, 1869년 대륙횡단 철도의 완공 등으로 철도산업이 호황이었을 때는 철도회사 주식의 버블이 크게 일어나기도 했다.

1876년, 마크 트웨인은 젊었을 적 미시시피강의 안내원으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 《톰소여의 모험》으로 돈방석에 앉았다. 그러나 그는 주식에 눈을 돌렸다가 오늘날로 치면 300만달러에 가까운 재산을 거의 탕진하고 만다. 은행 빚에 시달리던 트웨인은 “은행가들이란 햇빛이 내리쬘 때 우산을 빌려준 뒤 비가 오는 순간 돌려달라고 하는 족속”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처럼 서양 세계는 근대화 과정에서 권력과 부에 대한 탐욕에서 비롯된 수많은 광기를 겪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과연 정상일까, 어쩌면 우리 사회도 집단 심리적 광기에 빠지고 있는 건 아닌가. 주말마다 열리는 촛불이니 맞불이니 하는 집회가 자칫 광기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확인되지 않은 허황된 소문이나 허위 과장된 뉴스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어지러운 정국은 특검과 헌법재판소의 법적 판단에 맡기는 게 순리다. 국민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일상(日常)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더 이상의 혼란과 국력 낭비는 우리 모두의 손해다.

윤종용 < 전 삼성전자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