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역대 최저 금리로 발행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발행해온 외평채는 환율 안정이라는 본래 목적 외에도 해외에서 한국물 채권의 기준금리 역할을 해왔다. 또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측정할 수 있는 주요 지표도 된다는 점에서 이번 성공적인 외평채 발행은 두 손을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번 외평채는 같은 10년 만기의 미국 국채 금리보다 55bp(0.55%P) 더 높은 금리로 발행됐다. 외평채 발행 이래 제일 낮은 금리가 가능했던 것은 국제적인 저금리 기조에 힘입은 바 크다. 그러나 55bp의 가산금리가 캐나다 온타리오주(가산금리 56bp)나 일본 정부가 보증하는 일본국제협력은행(JBIC, 가산금리 56bp)보다 낮다는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의 상황과 수준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종합적인 판단이 꽤 긍정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더구나 투자자들의 관심 정도를 반영하는 초기 주문도 발행규모보다 3배나 많은 30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한다. 사상 최저금리로 외평채가 무난히 발행되면서 국책은행과 공기업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들도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 이를 기회로 대외 신인도를 총체적으로 끌어올리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물론이다.

문제는 우리 내부의 과도한 경제적 비관론과 패배 의식이다. 장기 저성장에 갇혀 정부조차 올해 2%대 성장률(전망치 2.6%)을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일 것이다. 악화된 고용지표와 소비 위축세, 1300조원의 가계부채, 일부 산업의 더딘 구조조정에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각종 경제·산업 지표들을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걱정스런 대목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급격한 고령화나 부문별 소득격차 같은 중장기 과제도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주가만 해도 비관론을 뚫고 올라 올 들어서는 랠리라고 부를 만한 수준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올 들어 두드러진 외국인들의 ‘사자’ 움직임에 힘입은 것이라지만 기본적으로 주가는 기업실적이 반영된 것일 수밖에 없다. 세수도 유례없이 좋고 최근 몇 달간은 수출도 호조세로 반전했다. 소비위축에 대한 걱정이 사방에 넘치지만 인터넷·모바일 쪽의 매출증가 등도 봐야 한다.

장애요소도 있고 위험요인도 엄존하지만 어느 쪽을 주로 보느냐에 따라 경제의 모습도 완전히 달라진다. 비관론과 절망론을 넘어 아예 ‘공포마케팅’에 나선 것은 주로 정치인과 언론이다. 어떻게든 어두운 쪽을 먼저 보며 자기 주장을 합리화하려는 것은 보수나 진보가 다르지 않다. 이렇게 가다가는 주관적, 자학적 비관론에 완전히 갇힌 사회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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