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4차 산업혁명의 그늘에도 대비해야
“우리는 인공지능으로 악마를 소환하고 있다.” 엘론 머스크, 스티븐 호킹 같은 저명한 미래개척자들 상당수는 인공지능(AI)이나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인류에게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AI를 이용한 자율무기, 소위 킬러로봇의 상용화에 반대해온 토비 월시 교수는 ‘인류의 갑작스러운 붕괴’ 가능성도 제기한다.

하지만 ‘유례없이 빠른 속도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변화 파장(波長)’이라는 가공할 4차 산업혁명의 특성으로 인해 우리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경이로운 세상이 머지않아 열리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이미 제4차 산업혁명은 개념정립 단계를 넘어 실질적 구현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이런 4차 산업혁명의 성패를 좌우할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의 기술 확보에 몰두하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서비스개발과 플랫폼 경쟁을 뜨겁게 벌이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변화에는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기 마련이다. 특히 그간의 변화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이번 4차 산업혁명은 인류의 미래와 운명을 좌우할 매우 중요한 선택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인공지능, 로봇, 생명공학의 실용화로 인간은 더욱 편리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로봇과의 일자리 경쟁, 직업의 축소로 인한 격차 심화, 제로 프라이버시시대 도래, 지능화된 사이버 위협에의 상시노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유지, 데이터주권 상실 등과 같은 새로운 난제들과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어쩌면 세상의 주인이 인공지능 로봇으로 바뀌거나, 이를 주도하려는 빅 브러더에 의해 장악되는 소설적 상황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과학계 일각에서조차 인공지능의 개발이 창조와 통제, 감성 같은 인간의 영역을 파고드는 것에 대해 ‘일정한 감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속된 말로 “다른 것은 몰라도 ‘인식’과 ‘생식’ 기능만큼은 부여하지 말자는 다짐이 필요하다”고도 한다.

하지만 감시만으로 열정과 욕망의 과잉을 막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이는 결국 핵확산 억제처럼 인류의 미래와 안전에 대한 과학자들의 무한 책임과 연민, 양심과 윤리의 제고와 강력한 글로벌 규범의 마련 이외에 달리 기댈 데가 없다.

인본 정신이 깃들지 않은 기술의 진보가 미래 우리의 삶을 가두고 옥죄는 감옥이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기술의 편의성 뒤에 가려진 위험성을 외면하며 인간중심의 가치창조에 천착하지 않는다면 정보지능화시대야말로 상실의 시대가 될 수 있다. 물리적 시스템, 전자적 시스템, 생물적 시스템이 대융합하며 쓰나미처럼 밀려올 4차 산업혁명의 위협은 개별단위의 보호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 나아가 지구적 안전 문제가 될 것이다.

그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는 디지털 빅뱅 시대를 대비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외를 아우르는 산·학·민·관의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공통의 안전을 위한 글로벌 담론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 다가오는 미래는 삶과 일, 관계의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게 되는 불확실성투성이다.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라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 앞에 다가온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모두가 함께 미래를 위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4차 산업혁명은 인본의 가치를 지켜내는 새로운 약진의 기회가 돼야 한다. 기술은 수단일 뿐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할 ‘디지털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세상’을 우리가 앞장서 열어나가는 정유년 새 아침을 시작하자.

백기승 < 한국인터넷진흥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