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선택의 시간
지난 연말 독일 영화 ‘신과 함께 가라(Vaya con Dios)’를 집에서 봤다. 교회에서 파문당하고 파산 지경에 이른 독일 칸토리안교단 소속 수도사 세 명이 교단 보물인 규범집을 들고 이탈리아 칸토리안수도원을 향해 가는 험난한 묵상의 여정을 그린 영화다.

오랜 시간 속세와 담을 쌓고 살아온 순진무구한 수도사들이 겪는 바깥세상의 경험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특히 수도원에서 자란 순수한 미소년 아르보는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미모의 사진기자 키아라에게 이성의 사랑을 느끼고, 클럽에서 주스인 줄 알고 술을 마시고는 정신을 잃어 교단의 보물인 규범집조차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아르보는 수도사의 길이 본인이 선택한 길이 아니라 단지 주어진 길이었다고 생각하며 신앙의 길에 회의를 느낀다. 키아라는 아르보의 순수한 모습에 빠져 사랑을 느끼지만, 아르보가 스스로 마음속 소리의 울림에 따라 진정한 선택을 하도록 기다리며 그의 곁을 떠난다. 아르보는 이탈리아의 수도원을 나서며 비로소 자신이 어른이 됐다고 독백하면서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는 선택을 한다.

우리 삶은 알게 모르게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고 지금의 우리 모습은 그런 선택의 결과를 반영한다.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라고 말했다. 오늘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하는 문제부터 직업을 고르고, 배우자를 만나고, 삶의 목표를 세우는 중차대한 결정을 해야 한다. 서울 광화문광장을 뒤덮은 촛불과 태극기는 각자의 선택을 반영하고 있고, 다가오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결정 또한 선택을 요구한다. 우리는 언제나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과 결정을 고민하며 살아간다.

어떻게 해야 현명하고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신과 함께 가라’는 자신의 마음의 소리에 따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제시한다.

또한 아르보가 자신의 마음속 울림을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선택을 한 키아라와 같이, 다른 사람이 스스로의 진정한 믿음에 따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용인하고 존중해 주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수많은 촛불과 태극기의 물결을 보면서, 난무하는 비방과 폭로를 보면서, 그 모든 주장과 혐의와 옹호와 변호에 대한 판단은 나 자신의 진솔한 마음에 더해 다른 사람의 진솔한 마음은 나의 그것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수용하는 유연함에 바탕해야 한다고 생각해 본다.

박상일 < 법무법인 충정 대표변호사 sipark@hmplaw.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