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민족적 치킨런'을 해야 할 때
김난도 서울대 교수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16’에서 한국 소비문화의 흐름, 곧 소비 트렌드의 키워드를 몽키바(monkey bars)로 제시했다. 몽키바는 어린이 놀이터나 군대 유격장에서 볼 수 있는 구름다리를 말한다. 다시 말하면 2016년은 대한민국을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위기가 깊은 골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원숭이가 구름다리를 넘듯 신속하고 현명하게 건너야 무사하고 안정된 2017년에 도달한다는 주장이었다.

그의 정치, 경제, 사회적 예견은 크게 볼 때 거의 정확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몽키바를 염두에 두고 정치, 경제, 사회적 위기의 깊은 골을 원숭이처럼 아주 신속하고, 현명하게 건넜어야 했다. 그런데 위기의식 없이 안일하게 대처하고 독단에 빠졌다가 위기를 맞은 것이다. 국가 지도자뿐만 아니라 국회도 몽키바를 신속하게 건너지 못하고 중심을 잃어버렸다. 대통령이 조기에 대응을 잘했더라면 탄핵까지 가지 않았을 텐데 실기했고, 국회도 총리 문제를 적절하게 수용했더라면 이런 사태까지는 안 됐을 텐데 조정에 실패했으며, 국민 역시 끝장 드라마를 연출한 것이다.

그러면 2017년 대한민국 소비 트렌드 키워드는 무엇일까? 바로 ‘치킨런’이다. 올해는 닭의 해다. 치킨런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면 영국 어느 양계장의 닭들이 닭장에 갇혀서 알이나 낳으며 미래가 없는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욕심 많은 주인아줌마가 알만 가지고는 만족을 못해서 치킨파이를 만드는 기계를 들여온다. 닭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운명에 처하면서 어떻게든지 닭장을 탈출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때 록키라는 슈퍼 닭이 나타나 닭들이 함께 날 수 있는 제트기를 만들어서 닭장을 탈출한다는 이야기다. 마치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하자 닭들이 어떻게든지 닭장을 탈출하려고 몸부림치다 비상의 날개를 펴고 극적으로 울타리를 넘어 탈출한 것처럼 2017년에는 한국사회도 위기의 담장을 넘어 치킨런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약 성경 ‘이사야서’를 보면 바벨론에 끌려가 종노릇을 하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께서 예루살렘 고토로 돌아오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그들이 고국으로 돌아오려면 1500㎞가 넘는 거칠고 험한 아라비아 광야 길을 걸어와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광야에는 수많은 장애물과 적들이 매복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감히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었다. 그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독수리가 날개치며 올라가는 것처럼 비상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하신다. 광야의 독수리는 솔개나 매와는 다르다.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광야에 돌아다니는 산양이나 염소 심지어 늑대까지도 낚아채서 잡아먹는다. 얼마나 날갯죽지 힘이 강하면 그 무거운 수십㎏ 되는 짐승을 채 가지고 하늘로 올라가겠는가.

지금 우리 사회는 독수리의 날갯짓처럼 비상할 수 있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4차원의 창조적 파괴와 혁신을 이뤄야 한다. 치킨런의 닭들처럼 4차원적 상상력을 통해 위기와 불가능의 닭장을 넘어 비상해야 한다. 아주 오래된, 낡은 일반 엔진으로는 적폐에 갇혀버린 어두운 맨홀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제트기 엔진이나 헬리콥터 프로펠러 같은 창조적 상상력과 역사의식으로 날아야 한다.

2017년은 위기의 해가 될 수 있다. 그러기에 결단의 해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국가 전체의 공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정파나 진영, 이념 논리를 초극해서 함께 손잡고 날갯짓을 해야 할 때다. 어떻게 해야 우리 민족이 비상하고 이륙할 것인가. 4차원의 창조적 마인드와 필사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제 2017년에는 민족적 치킨런을 하자. 절망과 갈등의 담장을 넘어 날자.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내일의 푸른 하늘로 솟구치며 비상하자.

소강석 <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