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진솔한 파트너' 성장 도운 한·뉴질랜드 FTA
키위와 양떼의 나라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는 청정국가 이미지에 걸맞게 유기농 식품, 천연 방목 소고기 등이 유명하다.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로 우리에게 더욱 가까워졌다. 뉴질랜드는 국제무대에서 비핵화, 인권 존중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국가다. 특히 6·25전쟁에 참전한 이후 60년 이상 한국과 전통적인 우방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3월 뉴질랜드와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뒤 12월20일에 발효시켰다.

뉴질랜드는 국토가 한반도보다 넓고 농축산업 및 관광산업에서 경쟁력이 있는 국가다. 지난해 한국과의 교역 규모가 25억달러 정도로 40위권에 머무르고 있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에 가까워 한국 기업들의 진출 잠재력은 큰 편이다. 지금도 한국의 자동차, 전자·전기 제품, 휴대전화 등이 상당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FTA를 체결한 이후 올해 자동차 타이어, 건설장비, 세탁기 등의 수출이 크게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FTA는 상품의 관세 철폐나 감축 및 서비스 시장 진출 확대 등 시장 접근 개선을 주된 목표로 한다. 최근 들어선 투자나 지식재산권 보호, 비관세 장벽 제거, 노동 및 환경 등 새로운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뉴질랜드와의 FTA도 이런 내용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FTA라고 할 수 있다.

한·뉴질랜드 FTA는 농·수산, 산림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도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FTA를 통해 이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 뉴질랜드로부터 기술 및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양국 국민 간 교류협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지난 7월부터 8주간 농어촌 청소년들이 영어연수를 위해 뉴질랜드를 방문했다. 150명의 청소년들은 와이카토, 넬슨, 캔터베리 지역에 머물면서 영어학습뿐만 아니라 뉴질랜드의 독특한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외에도 FTA에는 매년 50명에게 농축산 훈련비자를 발급하고, 14명에게 축산·수산과학, 산림과학 분야의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대학원생 6명에게 농업협력 장학금을 주는 등 인적 교류가 규정돼 있다.

또 FTA를 통해 한국 청년들에게 인기 있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 쿼터가 확대됐다. 지난해까지 1800명이던 쿼터는 FTA 발효로 3000명까지 증가했다. 지난 5월11일에 인터넷으로 선착순 신청을 받았는데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뉴질랜드 이민성 홈페이지의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종전에 비해 어학연수 기간을 늘릴 수 있고 일할 수 있는 기간 제한도 없어져 앞으로 한국 젊은이들이 뉴질랜드에서 일하며 견문을 넓히는 기회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는 영화산업 중에서 특히 후방작업 및 특수효과 기술이 발전돼 우리 영화인들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런 점을 반영해 양국 정부는 1998년 시청각 공동제작 협정을 체결했으나 잘 알려지지 않아 활용도가 거의 없었다. FTA 협정문에 다시 포함시킴으로써 관계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TV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에 대한 계약이 체결됐고 양국 영화인들 간에 영화도 공동 제작되고 있다.

한국처럼 ‘강한 중견국’을 지향하는 뉴질랜드와의 FTA가 제 궤도에 진입하면 양국 모두에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지난해 6만4000명 이상의 한국 관광객이 뉴질랜드를 찾았고 6000명 이상의 한국 학생들이 유학 중이다. 한국을 방문한 뉴질랜드인은 2만8000여명이었다. 민간교류에 더해 FTA를 통해 교류가 더욱 확대되면 양국 관계가 기존의 전통적인 우방관계에서 진솔한 파트너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해용 < 주뉴질랜드 대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