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솔선수범할 것을 다짐하며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은 지리적, 역사적, 인종적 조건이 아니라 바로 제도에 있다. 즉, 그 제도가 착취적이냐 포용적이냐에 달려 있다.” 대런 애스모글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 등이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 나오는 글이다.

이에 따르면 ‘착취적 제도’는 정치와 경제가 서로 통제와 독과점으로 끈끈하게 지탱해주면서도 사회 전체의 개선이나 발전에는 장애물로 작용하며 그 악순환을 고착화시킨다.

반면에 ‘포용적 제도’는 정치 덕분에 경제도 포용적으로 되고 그에 따라 소득이 더 공평하게 분배되고 힘을 얻는 사회계층이 한층 더 넓어지며 다시 그것을 바탕으로 해 정치 면에서도 더 공평하고 역동적인 경쟁의 장이 펼쳐지는 선순환 구조를 갖게 된다. 결국 국가의 성공은 착취적 구조를 포용적 구조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다만 착취적 제도 또한 잡초같이 끈질긴 근성이 있어 포용적 제도로의 변환은 엄청난 공력을 들여야 가능한 일이다.

한국은 어떨까. 이번 촛불민심에서 드러났듯이 국민은 우리 사회 전반의 부조리와 모순에 엄청난 분노를 안고 있다.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단지 실패가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멸망에 이를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해법은 분명하다. 정치 경제 교육 사회 등 전 부문에 걸쳐 부조리하거나 착취적인 제도를 혁파하고, 건강한 포용적 제도로 변환시키는 혁명적 수준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우선 집중할 세 가지를 보면 정치인의 독과점과 패권, 특권과 특혜를 분쇄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모든 폐해의 근원이 정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 도입이 필수적이다. 둘째, ‘적정한 소득의 분배 유지,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만이라도 이뤄내야 한다(헌법 제119조). 셋째, 대학 서열 파괴와 교육비 부담 해방을 위한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촛불 민심에 기반해 촛불 민심과 함께 모순과 부조리를 해소하고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 건설에 나서야 한다. 정치권부터 특히 필자가 속한 민주당부터 솔선수범할 것을 다짐한다.

이상민 <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smlee@assembly.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