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중국 이우시장
저장(浙江) 상인은 중국에서도 장사를 잘하는 사람들로 꼽힌다. ‘시장이 있으면 저장상인이 있고 시장이 없으면 저장상인이 만든다’는 말까지 있다. 중국의 유대인이라고도 불린다. 베이징상인과 저장상인이 같은 물건을 팔면 저장상인이 2배 이상 매출을 올린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저장성 내에서도 원저우(溫州)상인과 닝보(寧波)상인 그리고 이우(義烏)상인이 유명하다. 원저우상인들은 부동산 개발에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고 닝보상인들은 해운을 장악하고 있다.

이우상인은 특유의 부지런함과 박리다매의 신념으로 세계 잡화시장 30%를 차지한 이우시장을 만들어냈다. 저장성 중부에 있는 이우는 인구 68만명의 작은 도시다. 그러나 이번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세계에 팔린 크리스마스 관련 물품의 60%가 이우에서 생산된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우의 공장들은 산타클로스와 루돌프 관련 장난감과 트리 장식용 전등 등을 만들기 위해 지난여름부터 풀가동했고,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을 세계에 배송했다.

도시 전체가 상점인 이우는 세계 잡화의 메카라고 보면 된다. ‘이우에 없는 것은 어디에도 없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판매점 뒤편이나 인근에 공장을 갖고 있는 산지(産地)형 시장으로 생활용품 40만여종을 판매하는 잡화상가가 5만8000여개 들어서 있다. 양말만 연 30억켤레 이상 세계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양말도시’이기도 하다. 한국으로 수입되는 중국제 잡화의 90% 이상이 이우시장 제품인 것으로 보면 된다.

흥미로운 것은 이우가 25년 전만 하더라도 평범한 도시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저장성 중에서도 오지였다. 바다도 가깝지 않고 교통도 불편했다. 결정적인 계기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이었다. 이우의 한 업체가 작은북을 만들어 팔았는데 이게 대히트를 친 것이었다. 북을 사려고 전국 유통상인들이 이우에 몰려들자 다른 잡화업체들도 앞다퉈 상점을 열었다. 이우시도 재빠르게 시 전체를 유통전문단지로 조성했고 국제적 규모의 쇼핑몰을 건설하는 등 상인의 천국으로 꾸렸다. 최근엔 상점 권리금이 많이 올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문제가 있지만 여전히 상당수 품목에서는 세계 최고의 가격경쟁력을 자랑한다.

이우에는 계모환당(鷄毛換糖)이라는 전통이 있는데 ‘닭털과 설탕을 교환한다’는 뜻이다. 닭털도 파는 장사꾼이라는 뜻이다. 시골 오지가 현대판 알렉산드리아가 되는 데 한 세대가 안 걸렸다. 이우 상인이 만들어 낸 기적이다.

권영설 위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