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갯속 건설업계 이끌 새 협회장의 덕목
1주일 뒤면 해가 바뀐다. 국내외 정치·경제 등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말 그대로 안갯속이다. 산업현장에 있는 필자와 같은 사람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럴 때 필자가 몸담은 건설·개발 분야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허심탄회한 아이디어 회의라도 하게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막힌 응어리가 풀릴 것 같다. 수십년 전에 수립된 낡은 제도, 현실에 맞지 않는 관행으로 뒤틀리고 꼬인 산업구조를 일신해 경쟁력을 회복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이렇게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의 중심에는 산업별 협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현재 국내 산업계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는 체계적 장치는 미비하다. 협회의 리더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 산업계의 명암이 엇갈린다. 리더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런 생각은 필자가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부회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갖게 됐다.

주택·건설·부동산개발 등 각 업계를 대표하는 대한건설협회와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신임 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선거나 합의추대를 통해 내년부터 각 산업의 항해를 맡을 선장을 선출한다. 이들 산업은 상호 연관돼 있으며 대표적인 내수 산업이다. 그런 만큼 각 협회의 새 리더들은 경제 활성화라는 보다 큰 과제도 수행해야 한다.

요즘과 같은 위기 국면에 산업계 리더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 우선 걸맞은 규모의 회사를 운영한 경험과 대외 교섭능력, 합리적이고 이성적 사고를 바탕으로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건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4%가량을 차지한다. 한국은행의 2014년 고용표에 의하면 건설업 총취업자 수는 158만명에 이른다. 연관산업을 포함해 10억원당 취업유발계수가 13.9명에 달하는 대표적인 일자리 창출산업이다. 이 산업을 대표하는 대한건설협회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건설단체로 전국 7200여 건설사가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협회장은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회원사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물론 건설산업 활성화 방안도 발굴해야 한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사장, 건설기술교육원 이사장 등도 겸하는 만큼 대외교섭력도 필수조건이라 하겠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전문건설업을 자녀에게 물려주거나 직장으로 추천해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75.4%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어렵고, 복잡하고, 전망 없고, 스트레스 많고, 불공정하고, 갑(甲)질까지 심하다는 등의 부정적 측면이 거론됐다고 한다. 자녀에게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것은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설업이 미래가 없으면 국내 내수경제의 미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산업의 미래 비전을 세우고 실천하는 통찰력 또한 리더의 덕목이다.

마지막으로 융복합적인 사고력이다. 산업에는 경계가 없다. 미래는 더욱 그럴 것이다. 건설, 주택, 부동산을 개별산업 관점에서 보면 미래가 밝지 않다. 융복합돼 4차산업 시대에 적합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신해야 한다. 금융과의 결합, 건설·개발 후 운영산업과의 복합화 등이 일어날 미래 청사진을 그릴 주역이 절실한 시점이다. 통찰력을 갖춘 리더들이 한국 경제에 낀 안개를 깨끗이 걷어내주길 기대해 본다.

김승배 < 피데스개발 대표 한국부동산개발협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