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 직접 무역 정책을 진두지휘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초대 위원장에 대표적인 대(對)중국 강경파로 분류되는 피터 나바로를 내정했다. UC어바인 교수인 그는 “중국이 미국을 죽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을 쓰고,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는 등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장본인이다.

트럼프의 통상정책은 예상했던 대로다. 하지만 나바로처럼 극단적인 무역관을 지닌 이를 중용한 것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다큐멘터리 영화(Death by China)는 ‘메이드 인 차이나’를 새긴 칼이 성조기를 찌르면서 피가 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는 “미국을 지키고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제를 사지 마세요”라고 선동한다. 이런 주장은 선거용으로는 몰라도 정책으로까지 이어진다면 문제다.

무역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거나 고의적으로 대중을 선동하기 위해서 고안된 일종의 무역 포퓰리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무역은 그 본질상 어느 한편의 일방적 희생과 다른 편의 일방적 이득으로 귀결될 수 없다. 미국은 일방적으로 낮은 관세로 시장을 개방하고 각국 제품을 수입해왔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경쟁적으로 들어오는 값싸고 질 좋은 상품들을 맘껏 누려왔고 미국의 세계경제 지배력은 더욱 강화됐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마치 미국의 일방적 희생이라도 되는 듯이 몰아가는 것은 중국 언론 수준이라는 비판을 들을 만큼 위험한 발상이다. 나바로는 한·미 FTA에 대해서도 비슷한 레토릭을 사용한다. NTC가 미국의 무역정책을 사실상 총괄하는 조직이 된다면 이는 적잖은 걱정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