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손편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편지를 잘 활용한 사람 중 한 명이다. 그가 대통령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건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습관 때문일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의 정치인생에서 편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컸다. 부시는 만나는 사람마다 찬사와 칭찬, 고마움을 표시하는 글을 보냈다. 그 대상도 정치적 협력자에게 국한하지 않고 평범한 사람에게도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예기치 못한 편지를 받는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편지를 쓰는 것은 전화 통화에 비해 매우 번거롭다. 아무리 짧은 편지라도 막상 쓰고자 하면 시간이 만만치 않게 걸린다. 몇 번을 고쳐 쓰기가 예사다. 그러다 지레 포기하게 된다. 컴퓨터 문서 작성이 익숙해진 상태에서는 막상 펜을 들어도 글이 잘 나오지 않는다. 거기다 상대방의 주소와 우편번호를 확인한 뒤,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을 찾아 투입하기까지 번거롭기 그지없다. 이렇게 시간상으로는 전화에 비해 분명 비효율적이지만 긴 여운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선 편지는 그 나름의 장점이 있다.

얼마 전 받은 청년 인턴의 편지도 그런 의미에서 여러 번 곱씹어 읽었다. 상반기에 우리 공사에 지원해서 탈락했지만 다시 준비해 하반기 공채에 합격한 인턴사원에게서 온 편지였다. 손으로 정성스레 적은 편지에서 그 청년 인턴은 “처음 지원했을 때의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원이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자격증도 취득해 역량을 키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필자도 손편지를 써본 지가 언제인지 모를 정도로 아득하다. 업무상 연락은 대개 이메일을 활용하고 간단한 연락 사항은 문자메시지나 카톡으로 주고받게 된 근래에는 손편지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나타난 일반적 현상이기도 하다. 물론 공식적인 인사장이나 초대장 같은 경우 내용을 직접 쓰기도 하지만 다량으로 인쇄해서 보내기 때문에 손편지의 정감은 묻어나지 않는다. 맨 마지막 이름 석 자만 사인할 때는 괜히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한다. 오래전 손편지를 쓸 때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내친김에 문구점에 들러 편지지와 봉투를 장만하고 우표도 몇 장 샀다. 우선 짧은 연하장부터 몇 장 써보기로 했다.

김화동 < 한국조폐공사 사장 smart@komsc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