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미래 열 혁신, 오픈이노베이션에 답 있다
에너지, 미디어, 정보통신 분야의 거대 글로벌 기업인 셸, 터너·워너브러더스와 구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게임체인저 프로그램’, ‘미디어캠프’와 ‘스타트업 그라인드’라는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을 통해 오픈이노베이션에 열정을 쏟는다는 점이다. 자체 연구개발(R&D) 인력이 적지 않은 글로벌 기업들이 외부로 눈을 돌려 스타트업과 협력하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최근에는 LA다저스가 스포츠 분야의 스타트업을 선정해 3개월간 집중 지원하는 ‘다저스 액셀러레이터’가 미국에서도 화제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외부로부터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받아들여 혁신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지난 10년간 북미와 유럽에서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 스핀오프(spin-off) 등의 오픈이노베이션이 빠른 속도로 확산됐다. 글로벌 기업 상당수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 공모전 개최, 액셀러레이팅 등 다양한 방법으로 외부에서 혁신 동력의 공급과 자극을 받는다. 기존의 대량생산 시스템으로는 소비자 수요의 다양화와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역량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함으로써 성장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생적 모습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갖춰진 미국과 달리 대부분 국가는 속도에 중점을 두고 ‘정부·민간합작’을 바탕으로 기존 기업의 효율과 스타트업의 혁신을 엮는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는 2013년 ‘프렌치테크 이니셔티브’ 정책을 발표하고, 17개 지역 혁신클러스터에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을 집적해 전국적인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를 조성했다. 여기에는 에어버스, 바슈롬 등 프랑스 기업뿐 아니라 애플, 도요타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참여해 펀딩, 액셀러레이팅과 행정지원 등 원스톱 서비스를 지원하는 한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네덜란드도 2014년부터 정부기관, 국내외 기업과 연구소를 연결한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인 ‘스타트업 델타’를 구축했다. 네덜란드는 모바일(암스테르담), 스마트항구(로테르담), 보안기술(헤이그) 등 13개 도시별 특화산업을 지정하고, 에라스무스 기업가정신 센터(ECE)를 중심으로 필립스, ING, KLM 등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10개 기업이 참여한 혁신 환경을 조성했다.

미국의 나이키, 일본의 소니, 독일의 벤츠와 같은 기업들은 공동체 구성원의 역량과 산업기술의 발전이 체화된 그 나라의 특별한 자산이다. 한국의 대기업도 수출을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고 수많은 협력업체 발굴 등을 통해 산업생태계의 부존자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더 많은 기술기반 혁신 벤처·중소기업들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경험과 효율성을 공유하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창조경제혁신센터라는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을 꾀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본격 시도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정부와 대기업이 주도하는 프레임이라는 지적도 있고 특정 정권의 홍보 구호라는 혹평도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도 없는 비판이나 책상에 앉아서 만들어 내는 제도보다는 다소 무모해 보이더라도 새로운 실험과 좋은 관행을 끊임없이 실행하고 창출해 가는 것이다.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대기업의 사내벤처, 미약하지만 대구센터의 ‘C-Lab’과 경기센터의 ‘K-챔프’ 등에서 그 가능성을 본다. 열린 마음으로 우수 협력기업을 발굴하고 인재 영입, 사내 벤처 활성화 등 건강한 생태계를 갖춰나가는 노력을 확산할 때다.

최양희 <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