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경제를 정치에서 분리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탄핵과 동시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박근혜 정부는 매우 불운했다고도 할 만하다. 최근 터진 ‘최순실 사태’는 정권 내부의 문제니까 논외로 치더라도, 예컨대 2014년에는 세월호 사건, 2015년에는 메르스 사건 같은 확률상 희박한 대형 악재가 터져 정부의 성장률 제고 노력을 무산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건 사고에 신속히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단발성 쇼크에 그칠 일인데도 2분기 이상 경제에 큰 상처를 남긴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런 대형 악재가 터지자 2014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활성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쪽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했다. 그러나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이 기대한 만큼 경기활성화를 가져오지 못한 반면 사상 최대의 가계부채를 촉발시킴으로써 경제 기초체력을 소진시켜버린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시기는 금리가 최저 수준이었을 때로, 현재 미국발 금리 인상으로 세계 금융기조가 바뀌는 와중임을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의 인위적 경기부양 후유증은 상당 기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이제 내년이면 새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한다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게 된다. 선거에서 이긴 후보는 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대통령에 취임한다. 따라서 새 정부 또한 정권인수를 위한 시간적 대비가 전혀 없이 대선과 동시에 들어선다. 내년 우리 경제가 당면할 대외적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내년부터는 대선정국으로 바뀐 시대를 살아야 하며 또 한 명의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그동안 여러 대통령을 거치면서 우리는 막대한 정치적 비용을 치렀다. 그것을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진일보시키는 자산으로 전환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경제를 정치에서 분리하는 일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경제는 정치와 상관없이 능력있는 사람을 뽑아 전권을 맡겼을 때 가장 성과가 좋았다. 고대 중국 춘추시대 관자(管子)가 그랬으며, 근세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그랬다. 짧은 우리 과거사를 돌아봐도 전두환 정부 때의 김재익 경제수석이나 김대중 정부 때의 이헌재 장관이 그랬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을 보더라도 정권이 출범하면 한 번 임명된 각료는 대부분 대통령 임기까지 정권을 공동 책임진다.

내년도 한국 경제는 꺾이기 시작한 부동산 경기에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마찰 가능성으로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는 수출마저 불투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이 없으면 자칫 유례없는 1%대 성장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내년도 경제가 어렵다고 현재의 관리형 내각에서 추경 편성을 추진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결국 새 정부가 경제정책의 키를 맡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내년도 대선정국에서 유권자들은 단순히 대통령을 뽑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같이 경제를 책임질 경제사령탑을 동시에 뽑아야 한다. 소위 잠룡들에게 각자 손발을 맞출 경제사령탑을 러닝메이트로 선정할 것을 건의한다. 대선기간에 러닝메이트의 능력을 검증하고, 대선이 끝남과 동시에 세계 10위권 경제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하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이런 전통이 정착돼, 대통령 선거 때마다 경제사령탑만은 러닝메이트 형식으로 국민에 의해 선출돼 임기 내내 전문성과 소신을 갖고 구조조정 등 난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경제에 관한 한 이제 더 이상 정치 리스크로 인한 추가비용을 치르고 싶지 않다. 아니 치를 돈도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 정확한 현실이다.

하태형 <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