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투지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 체조경기장. 키 153㎝에 몸무게 40㎏인 열네 살짜리 루마니아 체조선수가 세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세계 최초로 10점 만점을 기록한 것이다. 체조는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한 플레이를 할 수 없기에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9.9점 이상을 주지 않는 게 당시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아름답고 완벽한 플레이는 있을 수 없다”고 판단한 심판진은 10점 만점을 줬다. ‘나디아 코마네치’라는 이름이 올림픽 역사에 새겨진 순간이다. 코마네치를 두고 미국 타임지는 ‘인간의 몸을 빌려 지상에 나타난 요정’이라고 극찬했다. 코마네치는 4년 뒤 모스크바올림픽에서도 2관왕에 오르는 등 총 5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런 그를 우연히 만날 기회가 생겼다. 2008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체조 갈라쇼 총책임을 맡고 내한한 그가 우리 병원을 방문해 필자에게 발목 치료를 받은 것이다. 그를 치료하면서 필자는 그토록 아름답고 우아한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코마네치는 이렇게 말했다. “고된 훈련 때문에 차라리 경기가 쉬웠어요. 연습 때도 실전처럼 최선을 다한 것이 저의 성공 비결이었습니다.”

얼마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이정수 선수의 발목을 치료하면서 마음이 울컥한 적이 있다. 어린 선수의 양쪽 발목에 호두알 만한 군살이 네 개씩 박혀 있었다. 발목이 성할 리가 없다. 어떻게 이렇게 커다란 군살이 생겼느냐고 물어보니 스케이트화가 플라스틱인데 양말 없이 맨발로 신어야 밀착이 잘돼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가운 빙판에서 맨발로 플라스틱 스케이트화를 신고 온종일 연습을 하니 군살이 박히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고된 훈련이 있었기에 이번 중국 상하이월드컵 3차 대회에서 이정수 선수는 결국 금메달을 따냈다.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며 자신의 일을 즐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업이든 운동이든 예술이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성공 비결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세상이 어수선하다. 이럴 땐 코마네치 선수의 불굴의 의지를 떠올려볼 필요가 있다. 모든 일이 거저 되는 것은 없고 반복적인 훈련과 피나는 노력만이 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면 현재의 어려움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일이 있다면 정면으로 도전해보자.

신준식 < 자생한방병원 이사장 jsshin@jase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