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을 놓고 야당이 본격적인 견제에 들어갔다. 황 대행이 지난 12일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지위를 재확인하고, 야당의 대정부질문 출석요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일상의 선을 넘으면 안 된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얌전히 국회의 뜻을 받들라”(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 “황 총리님, 대통령 된 것 아니거든요”(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라는 비아냥대는 언어까지 쏟아내는가 하면 “야 3당이 먼저 대통령 대행의 ‘권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황 권한대행 및 원내 정당 대표들 간 정치협상을 통해 확정지어야 한다”(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탈법적 제안까지 내놨다.

야당의 정치적 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럴 때야말로 헌법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의 권한은 헌법 제4장 제1절에 규정돼 있다. 대통령은 국가 원수로서, 외국에 대해 국가를 대표하고 정부의 수반으로서 행정권을 갖는다. 또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 권한에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되고라는 제한이 전혀 없다.

물론 대행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권력의 성격을 바꾸거나 새로운 국가 이념을 설정하는 등은 당연히 권한 밖의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 그러나 각부 장관의 권한으로 위임돼 있는 것들은 당연히 집행할 수 있어야 옳다. 공공기관장 임명도 각부 장관의 제청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정당한 업무일 것이다. 외교정책도 국회가 비준권 등 방어수단이 있기 때문에 제한할 필요성이 낮다.

그리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한반도 사드 배치 등 이미 결정된 것들은 계속 추진되는 게 당연하다. 논란이 생기는 부분은 장관 교체를 의미하는 개각이나 적극적 권력 작용 정도일 것이지만 확대해석은 금물이다.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에 대한 논쟁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야당이 마치 정권을 틀어쥔 것처럼 행정부를 꼭두각시화하려는 발상은 위험하다. 탄핵 직후 야권 일부에서 경제부총리 교체를 거론한 것도 아주 좋지 않은 선례였다. 대선을 기다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