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류층’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이 37.9%에서 44.6%로 급증했다고 한다. 통계청이 해마다 발표하는 ‘한국 사회동향’ 보고서를 인용해 어제 주요 매체들이 헤드라인으로 뽑은 뉴스다. 한마디로 중산층은 줄고 하류층은 늘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그런데 실상은 보도 내용과는 상당히 다르다. ‘나는 하류층’이라는 응답자는 급증한 게 아니라, 소폭 감소했다. 최근 10년 동안의 변화를 보면 ‘나는 하류층’이란 응답은 45.2%(2006년)에서 44.6%(2015년)로 소폭이나마 줄어들었다. 하류층 인식이 늘었다는 보도들은 비교대상을 20년 전인 1994년 통계(37.9%)로 잡았기 때문에 발생한 왜곡이다. 1994년은 개발연대의 끝이며 거품기였다는 점에서 비교시점으로는 부적절하다. 이 거품이 불과 3년 뒤 초유의 외환위기로 이어졌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중산층’이 줄었다는 인식 역시 적잖은 오해다. ‘나는 중산층’이란 응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53.4%와 53.0%로 거의 비슷하다. 반면 ‘중산층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은 54.9%에서 55.4%로 오히려 늘었다. 계층이동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주관적 평가가 많아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중산층이 붕괴됐다는 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악마적 편집이다.

지표에 대한 오독은 이외에도 광범위하다. 양극화가 극심하다는 인식도 그중 하나다. 대표적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는 2008년 0.31에서 지난해 0.29로 개선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노인층 양극화 사상 최대’라는 식으로 부정적 측면만 강조되고 있다. 1인 노인가구가 증가하는 데 따른 통계 왜곡은 고려조차 되지 않는다. ‘올해 기업이익 사상 최대’ 등의 지표도 아예 배제된다.

물론 양극화 경기악화 가계부채 등은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억지 헬조선’을 만들기 위한 지표 왜곡은 최적의 처방을 오히려 방해할 뿐이다. 나아가 개인의 행복과 불행을 사회 책임으로 떠넘기는 풍조만 확산시킬 위험성도 크다. 통계와 지표는 전문적으로 분석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