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인트] 농촌 노인을 위한 식생활 개선 사업 확대해야
2015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 인구의 13.1%를 차지하고, 노인 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20.6%에 이르고 있다. 또 89.2%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두 가지 이상 질환을 가진 복합 환자도 69.7%다. 대부분 만성질환은 오랜 기간 잘못된 식생활이 주요 원인인 것으로 이미 과학적으로 밝혀진 바 있다.

많은 도시지역 노인들은 노인복지관 등 시설을 이용해 하루 한 끼 건강한 식사를 제공받고 있고 다양한 취미활동과 사교활동도 즐기고 있다. 그러나 많은 농촌지역 노인들은 지역적 고립성으로 인해 식품과 공공서비스 시설 접근이 어렵다. 소득 1분위에 속하는 저소득층 비율도 높아 밥과 국, 김치 등 절임류 위주의 열악한 식생활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만율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필자가 2014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농촌지역 노인들은 과실류, 신선채소, 우유류 및 수분 섭취가 도시 노인보다 적었고, 곡류 섭취량은 더 많았다. 철분, 칼슘, 오메가 지방산, 각종 비타민과 같은 주요 영양소 섭취도 도시 노인보다 적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단백질 섭취가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 비해 부족한 반면 나트륨 섭취는 기준의 두 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노인들의 식생활을 보면 마을회관에서 그날그날 활용 가능한 식재료를 가지고 좀 더 젊은 노인이 조리를 담당해 점심을 해결하고, 남은 재료를 넣고 비비거나 볶아서 저녁까지 대강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농촌 고령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영양적 필요를 해결해줄 수 있는 식사와 식생활 교육 및 신체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종합적인 프로그램의 시행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노인을 위한 다양한 식생활 개선 프로그램을 국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소득에 관계없이 현장급식 또는 배달 급식제도의 혜택을 모든 노인이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노인들의 기호와 질병 조건을 고려한 치료식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지역보건소와 국민건강보험공단, 기업체, 관련 전문학회가 협력해 ‘농촌노인 식생활·건강개선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존 자율적인 소통공간이 돼온 마을회관, 경노당을 중심으로 조리 인력을 고용해 그들의 신체적 요구와 건강 여건에 맞는 식사를 제공하고 식생활 교육, 건강정보 제공, 운동 기회 제공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은 농촌 노인들의 식생활을 개선하고 고립과 고독감을 해결해주는 동시에 과일, 채소 및 유제품과 같은 농산물 소비를 늘리는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앞으로 이 사업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 농촌마을을 순회하며 급식과 식생활 교육을 담당하는 전문인력을 고용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같은 정부, 기업, 민간단체, 학계 등의 다분야적인 협력에 기초한 사업이 지속적으로 확대 유지되려면 무엇보다 정책입안자의 의지와 사회적인 관심, 그리고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 사회를 여기까지 힘겹게 이끌어온, 그러나 이미 노인이라고 이름 지어진 분들의 건강을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박혜련 < 명지대 교수, 식품영양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