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다. 오늘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야 3당은 부결 시 국회의원직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더불어민주당 121명, 국민의당 38명, 정의당 6명 등 의원 165명이 다짐대로 총사퇴한다면 20대 국회는 존속할 수 없다. 헌법 41조는 국회의 최소 재적의원을 200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곧바로 위헌 상황이 되고 만다. 물론 헌법의 국회해산 조항은 1987년 개헌 때 삭제돼 전원 자진사퇴가 아닌 한 보궐선거로 결원을 메울 수 있다는 법조계 해석도 있다. 그러나 새누리당, 무소속 등 나머지 135명도 의원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회 해산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현재로선 탄핵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총사퇴 카드는 야권의 대오 이탈을 막고 여당 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이란 분석이 많다. 여태껏 의원직 사퇴안이 국회에서 의결된 선례도 없다. 하지만 탄핵안이 부결되면 야권은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하다. 탄핵 재발의 절차를 밟을 것이란 얘기도 있지만 그동안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다 무산시켰다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다. 여당은 여당대로 핵분열이 불가피하다.

설사 탄핵안이 가결돼도 20대 국회는 이대로 갈 수 없다. 탄핵소추안의 상당부분은 아직도 의혹 수준이다. 탄핵안에 ‘세월호 7시간’까지 포함시켜 정당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통령에 대한 ‘뇌물’, ‘공범’ 등 검찰의 공소내용도 국회 청문회 증언을 통해 심각하게 부정되고 있다. 이제 막 출범한 특검의 수사과정에서 만에 하나 탄핵소추안과 상반된 사실이 드러난다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정치적으로 탄핵안을 밀어붙인 국회는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을 탄핵하려면 그에 합당한 사실 확인이 있어야 한다. 사실 여부조차 불분명한 근거를 내세워 정치적 탄핵을 강행한다면 국회 역시 총사퇴하고 국민의 재신임을 받아야 마땅하다. 국회도 헌법보다 우위에 있지는 않다. 국회도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