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3회 무역의 날이다. 동북아의 외진 곳에 자리한 작은 나라가 해양국가로 발돋움해 세계를 상대로 상거래를 하는 지금의 한국을 이뤄낸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하지만 올해 무역의 날은 축제 분위기일 수 없다. 올해 수출은 전년보다 5.6% 감소한 4970억달러로 예상된다. 지난해(-8.0%)에 이어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확실하다. 수출이 2년 연속 줄어든 것은 박정희 경제개발 시대 이후 처음이다. 수치로는 1957~1958년 후 근 60여년 만의 일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한국으로서는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총무역 규모도 올해 약 9000억달러로 주저앉을 것으로 보여 2011년 1조달러 달성 이후 2년 연속 ‘1조달러’에 실패할 것이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수출이 줄어드는 데는 여러 원인이 있다. 우선 글로벌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 부족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성장률이 연 6%대로 둔화됐고 선진국도 미국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장세를 보이는 나라가 없다.

한국 수출산업의 구조적 문제점도 적지 않다. 조선 철강 반도체 등 경기 민감 품목 비중(78.6%)이 일본(64.6%) 중국(62.3%) 미국(41.9%) 등에 비해 높아 경기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올 들어 8월까지 수출 감소폭(-8.8%)이 세계 평균(-4.4%)의 두 배나 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동차 휴대폰 등 주요 품목의 해외생산이 늘고 중국 등의 추격으로 경쟁이 격화되는 것도 수출 감소 이유의 하나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불굴의 의지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던 한국인 특유의 기상이, 정신이, 결단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 주된 관심이 해외보다는 국내 문제, 경제보다는 정치, 성장보다는 분배 등으로 쏠리고 외국은 그저 관광 대상 정도로 여기는 풍조가 굳어지고 있다. 이런 소극적이고 퇴행적 자세라면 한국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 다시 말해 지독하게 가난한 나라로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은 모두가 좁은 땅을 박차고 해외로 나갔기 때문이다. 수출 한국, 잊은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