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의 맥] 수출 코리아 리빌딩, 경쟁체력 강화되고 있다
프로야구 팀들은 주기적으로 전면 리빌딩을 해 세대교체를 단행하고 팀의 체질을 바꾸곤 한다. 낡은 건물을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을 통해 새 건물로 탈바꿈시키듯이 단기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체계적인 리빌딩을 하는 팀들이 결국 오랫동안 좋은 성적을 낸다.

올 한 해 우리 수출은 높은 파고를 헤쳐 왔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저유가 지속으로 세계 교역량이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촉발된 보호무역주의 물결이 세계를 강타했다. 글로벌 공급과잉에 직면한 철강석유화학조선 등 우리 수출주력산업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해야만 했고 오랜 기간 지속된 자동차 파업과 한진해운갤럭시노트7 사태는 우리 수출에 더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되돌아보면 1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20%까지 폭락한 수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온몸으로 수출현장과 해외시장을 동분서주한 한 해였다. 그 와중에도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수출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기 위한 체계적인 리빌딩을 진행해 일부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우선, 새로운 수출 주체와 품목을 적극 발굴·육성해 선수층을 두텁게 했다. 수출 경험이 일천한 중소·중견기업에 대기업 출신 해외영업 베테랑을 매칭해 지원한 결과 올해에만 5000개의 수출기업이 새로 탄생하고 중소중견기업의 수출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화장품 의약품 패션의류 등 소비재와 에너지신산업을 수출 유망품목으로 선정해 마케팅, 연구개발, 제도개선 등을 집중 지원했다. 작년에 비해 화장품 수출은 44%, 의약품은 14% 늘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두 배, 신재생에너지는 50% 이상 수출이 증가하는 성과가 있었다.

새로운 수출 시장과 방식을 통해 득점루트도 다양화했다.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와 우리 기업들의 현지 진출 증가로 베트남은 한국의 3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했고,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에는 대규모 사절단을 파견해 시장 선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랍에미리트(UAE)와는 향후 60년간 54조원의 매출을 가져다 줄 원전 운영계약을 체결했다. 제2의 중국이 될 인도 진출 지원을 위해 인도 상공부 내에 한국기업지원 전담조직(Korea Plus)도 신설했다. 지난달에는 아시아 국가 최초로 중미 6개국과 FTA를 체결해 중미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한편, 확산되는 보호무역주의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해외 네트워크와 전문성을 보유한 무역상사가 중소중견기업 수출지원 도우미로 나설 수 있도록 무역상사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전자상거래 단계별 애로를 집중적으로 해소해 전자상거래 수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내년에도 우리 수출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 신정부의 통상정책 향방에 따라 우리에게도 많은 영향이 있을 것이고 중국 등 각국의 비관세장벽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빠르게 대응해 신산업들을 수출 산업화하는 일도 우리가 감당해야 할 과제다. 세계 시장에서 바람과 파고는 거칠어지고 있지만 우리 수출 주체, 품목, 시장, 방식이 예전과 달리 저변이 강화되면서 앞으로는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11월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내년에도 한국 기업들이 신발끈을 다시 묶고 세계시장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줬으면 한다. 정부도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막고 공정한 통상질서를 구축하는 심판으로, 맞춤형 지원을 통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감독으로, 때로는 해외에서 우리 기업들과 함께 땀 흘리는 선수로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총력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제53회 무역의 날을 맞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애쓰는 수출역군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주형환 <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