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악플을 읽다
미국의 인기 방송 프로그램인 ‘지미 키멜 라이브’는 출연한 스타들이 본인의 악플을 소리 내 읽는 ‘못된 트위터’ 코너로 유명하다. 시청자는 스타들이 악플을 읽으며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모습에 공감하며 즐거워한다. 필자가 미국에서 생활할 당시에도 ‘못된 트위터’ 코너는 방송 다음 날 동료, 친구들과 한 번씩 얘기할 정도로 화제의 중심이었다. 민감한 소재를 수면 위로 올려 재미 요소와 함께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했다는 점에서 참신한 콘텐츠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피자헛은 창립 3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소비자 조사를 통한 브랜드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해 ‘피자헛, 악플을 읽다’ 캠페인을 기획했다. 소비자의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가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 임직원 모두가 적극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악플을 직접 읽어볼 기회가 왔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캠페인을 위해 촬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정관리가 되지 않아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악플을 읽으며 각 부서 임직원과 오랜 기간 개선 방향을 논의했고,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출시 전, 악플을 작성한 고객을 찾아가 신메뉴를 먼저 공개했고, 이에 대한 솔직한 리뷰도 받았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해당 제품은 출시 이후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며 소비자의 사랑을 받았다. ‘피자헛, 악플을 읽다’ 캠페인 역시 영상 공개 직후 11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업계에서는 지금도 소비자와의 성공적인 소통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2005년 최악의 배터리 리콜 사태를 일으킨 미국의 델은 논란 이후 온라인에서 소비자와의 1 대 1 대화 창구인 ‘아이디어 스톰’을 개설해 소비자의 아이디어를 받았다. 접수한 내용을 토대로 단점을 보완하고 베스트 아이디어를 신제품에 반영했다. 미국 언론은 ‘델은 최악에서 최고가 됐다’며 소셜미디어의 힘을 가장 잘 이용한 사례로 평가했다. 이제는 온라인이 소통 창구의 기본이 된 만큼 기업도 불특정 다수에게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온라인 채널의 특성을 잘 활용해야 한다. 악플 역시 소비자 의견의 일부로 여기고, 신속하게 대처하는 매뉴얼을 마련한다면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스티븐 리 < 한국피자헛 대표 phkceo@yu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