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깨진 유리창의 법칙
1969년 필립 짐바르도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교수는 치안이 허술한 골목에 보존 상태가 동일한 두 대의 자동차 보닛을 열어 놓은 채로 1주일간 방치하는 실험을 했다. 자동차 한 대는 보닛만 열어 놓았고, 다른 한 대는 고의적으로 창문을 조금 깬 상태로 뒀다. 그리고 1주일 뒤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보닛만 열어 둔 자동차는 상태가 그대로 유지됐지만, 유리창을 깬 자동차는 배터리와 타이어가 분실되고 낙서와 파손으로 반고철 상태가 돼 있었다.

이 실험은 ‘깨진 유리창의 법칙(Broken window theory)’이라는 심리학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한 것이다. 이 법칙은 사소한 것들을 방치해두면 나중엔 더 큰 범죄와 사고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역으로 해석하면 아무리 사소한 문제점이라도 미리 개선해야만 향후 더 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은 기업 경영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기업 경영 이론에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처음으로 적용한 마이클 레빈 교수는 경영 전략이나 비전에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정작 중요한 문제를 사소하게 치부하는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즉 고객이 겪는 불편한 경험이나 불친절한 극소수 직원의 서비스, 정리되지 않고 어수선한 매장 분위기, 구호에만 그치는 고객과의 약속 등은 기업 입장에서는 아주 작은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기업을 뒤흔들 수 있는 깨진 유리창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실례로 지난 6월 유명 화장품 제조회사에서 한 제품의 제조사를 실제와 다르게 표기했다가 곤란을 겪은 적이 있다. 한 고객이 같은 제품이 1년 전과 다르다는 것에 의문을 품고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제조사가 다르다는 답변을 듣게 된 것이다. 고객은 곧 홈페이지에 관련 정보를 수정할 것을 요청했지만 해당 기업은 이를 듣지 않았다. 결국 이 사실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고, 해당 기업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했다.

고객 응대에서 ‘9시와 9시1분은 다르다’는 말이 있다. 고객의 불만이 접수됐을 때 아주 작고 사소한 문제라도 귀를 기울이고 즉각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느냐, 아니면 1분이라도 지체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말이다.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경제 상황이 어려운 때일수록 깨진 유리창의 법칙을 경영 전략에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스티븐 리 < 한국피자헛 대표 phkceo@yu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