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의 비타민 경제] 부산 식당 경쟁자는 태국·일본에 있다
지난 3분기 해외 카드 사용액이 사상 최대다. 석 달간 605만명이 나가 37억8400만달러(약 4조4500억원)를 지출했다. 작년 3분기보다 약 6500억원 더 썼다. 3분기는 여름휴가, 추석 연휴 등 알토란 같은 대목이었다. 내수가 걱정인 정책당국자, 파리 날리는 지역 상인들로선 속 쓰린 소식이다. 증가액만큼이라도 국내에서 썼더라면….

[오형규의 비타민 경제] 부산 식당 경쟁자는 태국·일본에 있다
경기가 나빠도 너무 나쁘다고 아우성이다. 나라 밖에선 펑펑 쓴다는 사실이 다들 불편하다. 하지만 총론은 동의해도 각론에선 제각각이다. 불황에도 해외여행객이 점점 느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우선 국내 여행을 보자. 서울~부산 간 KTX는 일반석이 5만9800원이다. 네 식구면 왕복 요금이 48만원이다. 가족 할인을 받아도 40만원을 웃돈다. 특실(8만원대)은 아예 논외로 하자. 사흘쯤 묵으면 숙식과 기타경비가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렌터카 비용은 별도다. 물론 직접 운전하는 수고를 감수하면 교통비는 꽤 절약할 수 있다.

태국 관광은 어떤가. 3박5일 자유여행이 70만원대다. 그러나 저가항공을 타면 30만~40만원대로도 갈 수 있다. 국내 여행경비와 별 차이가 없다. 차라리 조금 더 보태 물가 싼 동남아나 가까운 일본, 중국에 갈 만하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민감한 요즘 당연한 선택이다. 결국 부산 맛집의 경쟁자는 목포, 여수에 있는 게 아니라 태국이나 일본의 맛집인 셈이다.

말이 나온 김에 KTX 요금을 한번 따져보자. 그 흔한 마일리지도, 얼리버드 할인도 없다. 해마다 물가 이상 오르고 할인제도까지 없애 항공요금과 맞먹는 수준이다. 반면 김포~김해 간 항공료는 6만~7만원대지만 운좋게 특가 항공권을 건지면 1만~2만원대에도 갈 수 있다. 심지어 인천~도쿄 간 왕복 항공권이 최저 10만원대다. 독점(KTX)과 치열한 경쟁시장(항공)이 이렇게 차이가 난다.

말로만 국내 관광을 외쳐 봐야 소용없다. 어디 가나 비용이 만만찮고 만족도는 떨어진다. 천정부지 KTX, 바가지 요금, 고만고만한 볼거리, 허접한 기념품…. 무엇으로 어필하겠나. 겨울철 해외로 나갈 골프여행객들은 더더욱 붙잡기 어렵다. 산이 많은 나라답게 산악관광을 활성화하려 해도 케이블카 하나 놓기 어려운 나라다.

그나마 수서발(發) SRT가 내달 개통하면 조금 나아질 듯하다. 수서~부산 간 5만2600원으로 KTX보다 12% 싸다. 각종 할인 혜택도 있고 정차 횟수가 많은 열차는 더 싸다. KTX에 큰 자극이 될 것이다. 해외 소비 증가를 한탄만 할 때가 아니다. 더 많은 경쟁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판을 바꿀 수 없을까.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