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방위산업 R&D·생산 이원화 구조부터 깨야
방위산업은 자주국방의 핵심축일 뿐만 아니라 상용화 이전의 최첨단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융합·제품화하며 새로운 기술·제품으로 활용되도록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미래 주도산업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 등 선진 각국은 방위산업과 시너지 효과가 높은 항공우주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세계 방위산업 규모는 5500억~6000억달러로 조선산업의 3배, 항공우주산업의 1.2배며, 주요 7개국(G7)+2(중국 러시아)가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방산 수출 비중이 75~80%, 터키는 35%(항공우주 포함) 이상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뉴스의 맥] 방위산업 R&D·생산 이원화 구조부터 깨야
한국 방위산업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한국 방위산업의 생산 및 수출 규모는 각각 14조5000억원, 1조9000억원(통관 기준)으로 추정되며 관련 기업 수는 350여개, 고용 규모는 3만6000명이다. 생산 규모는 자동차산업의 7.1%, 조선산업의 20.4% 수준이다. 수출 비중은 13.5%에 불과하다.

성장성은 대단히 높다. 최근 4년간 생산과 수출은 각각 53.4%, 128.1% 늘어나는 등 급성장 추세에 있다. 고용 또한 같은 기간 19.2% 증가해 신성장동력·고용창출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연구개발(R&D) 인력 비중이 24.2%로 고급 인력을 배출하고 있는 우리의 인력구조에도 적합하다.

신성장동력원으로서 한국 방위산업의 생산 규모 확대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먼저 수십년간 고착돼온 R&D와 생산(기업)의 이원화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수십년간 고착화된 R&D·생산의 이원화 구조는 기업의 자발적 R&D 유인 저해→저(低)부가가치화→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주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국방 R&D 예산의 70% 이상, 정부 전체 R&D의 9%를 사용하고 있다.

둘째, 100% 원가보상(생산원가+α)으로 우수 기업의 신규 진입 저지 및 경쟁제한 요소로 지적되고 있는 방산물자지정제도의 대폭적인 손질도 필요하다. 이로 인해 선진국 대비 한국 방산제품의 가격경쟁력은 84%(산업연구원 조사)에 불과하다.

'100% 원가보상'은 경쟁 저해

셋째, 조직적·체계적·전략적 수출정책이 필요하다. 방산 수출은 통합적 전략에 의한 정치·외교·군사·경제·산업 등에서 다양한 접근이 요구된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방위사업청은 제품개발 계획단계뿐만 아니라 지역·국가별 경쟁제품 시장분석 기능이 취약하고 중장기적 수출전략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주 수출시장인 개발도상국은 간접 오프셋(off set·절충교역)을 비롯한 산업협력, 공적개발원조(ODA) 연계, 방산 지식공유사업(KSP: knowledge sharing program) 등 범부처 협력이 중요한 성공 요소임에도 협조체제는 미비하다. 수년간 35억~36억달러였던 방산 해외 수주액은 올해는 전년보다 최대 30% 감소한 25억~28억달러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무기 도입 비리는 반드시 척결해야 하지만 선의의 방산기업과 주무부처 공무원의 정책적 소신은 살려야 한다. 2년6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전방위적 고강도 감사와 사업절차 투명성 강화로 기업과 공무원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산·관 간 긴장·갈등관계로 산업경쟁력 훼손, 사회적 비용 초래 등 위험수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무기사업관리팀장으로 발령받았더니 (동료·선후배가) ‘다치니까 조용히 있다가 빨리 옮기라’고 조언하더라”는 방사청 모과장의 말은 뼈아프다.

이런 분위기는 기업의 경영의욕 감퇴와 더불어 대외 신인도 하락, 수출마케팅 애로로 직결된다. 특히 국내 방산 매출 1위, 글로벌 54위의 초우량 기업인 삼성(테크윈·탈레스)의 자발적 시장 철수 사례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우려를 낳는다. 비리로 기소된 상당수 인사가 무혐의 처리되고 있는 상황은 무엇을 의미할까.

産業 관점의 정책기능 취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무역적자 확대 해소, 방위비의 수익자 부담원칙 등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마치 1969년의 닉슨 독트린과 비슷하다. 최근 5년간 한국의 최첨단 무기수입 계약액은 220억달러 이상이며, 이 중 90%가 미국제다. 대형여객기를 비롯한 항공우주 제품의 대미 수입액도 전체의 67%인 133억달러다. 우리는 미국에 자동차·정보기술(IT) 제품 등 소비재를 주로 수출하는 반면 최첨단 제품을 수입하는 상호 비교우위에 의한 윈윈형 무역창출 구조라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트럼프의 방위비 분담 요구는 우리에게 전시작전권 회수와 더불어 자주국방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미군 축소 등 환경변화에 대응한 자주국방 역량 강화와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조속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

방위산업은 반드시 육성해야 할 국가안보전략산업이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대기업에 의한 자동차·조선·기계를 비롯한 자본집약적 장치산업과 IT를 비롯한 첨단산업이 잘 갖춰져 있어 최첨단·융합기술인 방위산업 육성에 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방산 기술·품질경쟁력 수준은 선진국 대비 86~89%, 내수 의존도 86.5%, 최첨단 기술제품의 수입의존도 확대 등의 후진성을 보이고 있다. 유리한 산업구조, 연간 15조원 이상의 확고한 내수기반,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음에도 방산 경쟁력이 낮은 원인은 ‘산업’ 관점의 정책기능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의 개별 무기체계 위주 수입대체, 획득·조달 중심 개발전략은 산업특성과 시장, 경쟁력 중심의 산업발전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수출을 염두에 둔 防産 육성을

이스라엘은 한국과 비슷한 안보 환경이면서도 방산 수출 비중 세계 1위 국가다. 방산 비중이 상품수출액의 13%, 제조업 고용의 12%를 자랑한다. 이스라엘이 안보→방산→경제→고용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킨 배경에는 ‘수출 않는 제품개발은 없다’는 수출·시장 지향의 방위산업 정책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스라엘은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우리 격언을 가장 잘 아는 나라다.

안영수 <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