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트럼프노믹스는 성공할 수 있을까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당선을 ‘반란’으로 표현했다. 워싱턴의 아웃사이더로 대권을 쟁취한 그의 경제 비전은 무엇인가.

그는 당선 연설에서 ‘보통사람의 대통령’이 될 것을 선언했다. 세계화, 기술혁신으로 고통받은 백인 근로자의 분노가 승리의 원천이었다. 저학력 백인 표의 65%를 얻어 28%에 그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압도했다. 잃어버린 일자리를 되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도로, 항만 등 공공인프라에 1조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클린턴도 향후 5년간 2750억달러 투자를 공약한 바 있다. 미국의 공공인프라는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다. 고속도로 사용 연수는 28.4년이나 된다. 공공병원 27.2년, 발전소 24.4년, 학교 23.3년, 공항과 항만 20.1년으로 많이 노후화됐다.

감세와 규제완화는 트럼프노믹스(트럼프 경제정책)의 양축이다. 조세정책센터 윌리엄 게일의 주장처럼 세제개혁이야말로 공화당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핵심 아젠다다. 로널드 레이건의 감세정책이 1980~1990년대 미국의 번영을 가져왔다고 믿는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39.6%에서 33%로, 법인세율을 35%에서 15%로 인하할 방침이다.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에 대한 세부담을 경감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문제는 재정수지가 악화된다는 점이다. 조세재단 분석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세수가 12조달러 감소한다. 감세로 인한 성장률 상승에 따른 증가분은 2조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톱 0.1%에 대부분의 혜택이 돌아가는 데 문제가 있다. 2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해외 유보소득에 대한 과세도 ‘뜨거운 감자’다. 트럼프는 국내 이전소득에 대해 10% 과세를 공약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력 집중 억제와 민생 증진 차원에서 약 560개의 규제조치를 도입했다. 규제개혁을 총괄한 하버드대의 캐스 선스타인은 ‘규제 차르’로 불렸다. 도드·프랭크 금융개혁법이 도마에 오를 것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 말처럼 금융시스템 신뢰 회복에 크게 기여했지만 과잉규제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금융규제 시스템에 적응한 씨티, 골드만삭스 등 거대 은행은 급격한 규제 패러다임 변화가 달갑지 않을 수 있다. 결국 투기적 투자행위를 규제하는 볼커 룰을 폐지하고 금융소비자보호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소지가 크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자동차 의무연비 증대, 석탄 사용을 줄이는 청정발전계획에 메스를 가할 것이다. 파리기후협정 이행을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될 듯하다. 인도, 중국 등 주요 배출국가가 비준한 상태에서 백지화 조치는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건강보험개혁법, 소위 오바마케어야말로 풍전등화 격이다. 2010년 제정된 이래 약 2000만명이 신규 수혜자가 됐다. 저소득층 의료보험인 메디케이드를 채택한 주도 31개나 된다. 히스패닉과 흑인이 최대 수혜자다. 이에 따라 의료보험 미가입 비율이 2013년 13.3%에서 2016년 상반기 8.6%로 크게 낮아졌다. 트럼프가 일부 조항에 관해 존치 의사를 밝힌 바 있어 법 개정을 둘러싼 정치권 갈등이 격렬해질 것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 등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우선’ 구호 덕에 민주당 텃밭인 중부 쇠락주 유권자의 표심을 얻을 수 있었다. “중국이 우리를 쓰러뜨리려 한다”는 중국 때리기가 크게 호응을 받았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대런 에스모글루와 브랜던 프라이스 연구에 따르면 1999~2011년 중국 교역 확대로 제조업 일자리가 약 240만명 줄어들었다. 그러나 보호무역 정책이 제조업 일자리 감소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고용 감소는 결국 기술혁신과 산업구조 변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자 피터 시엘은 정치지도자들이 경제의 버블을 키워 왔다고 비판했다. 과연 트럼프가 미 경제의 버블을 제거하고 경제 도약을 견인할 수 있을까.

박종구 < 초당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