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본격적인 '1코노미'의 시대
MBC ‘나 혼자 산다’, SBS ‘미운우리새끼’, JTBC ‘청춘시대’, tvN ‘혼술남녀’ ‘내 귀의 캔디’….

앞에 언급한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나홀로 문화를 재미있게 보여준다는 것이다. 시청자는 방송을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나홀로 문화를 간접 체험하기도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바쁜 시간에 식당에서 혼자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으면 눈치받기도 했고, 영화관에서는 1인 좌석을 예매하면 원하는 자리에 쉽게 앉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자발적으로 ‘혼족’이라 칭하며 혼밥, 혼술, 혼영 등을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나홀로 문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1코노미(1conomy)’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1코노미’는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혼자만의 소비 생활을 즐기는 사람을 말한다. 이처럼 나홀로 문화를 경제적으로 해석한 신조어가 생긴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으로도 혼족 문화에서 소비하는 사람을 파워 컨슈머로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혼족을 즐기는 사람은 단순히 저렴하고 가성비가 좋다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타인에게 공유하기 좋은 경험을 하거나,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에 더욱 가치를 두고 소비하는 것이 특징이다. 혼자 즐기는 시간을 외로움이나 고독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멋지게 ‘나만의 시간을 즐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식인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업계에서도 혼족을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3~4인의 가족을 기준으로 하던 외식업계에서는 매장 한쪽에 칸막이를 설치해 1인 좌석을 따로 마련하고, 가전가구업계에서는 디자인을 더욱 강조한 싱글 제품을 새롭게 출시한다. 전문가들은 혼족을 겨냥한 업계 변화에 맞물려 ‘1코노미’ 소비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200조원가량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피자헛의 경우도 일반 매장과 동일한 피자를 7000원 이하의 부담 없는 가격에 즐길 수 있는 ‘익스프레스 매장’에 혼자 방문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굳이 떠들지 않아도 되는 이 시간이, 이 고독이 좋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어서 더욱 좋다.”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에서 남자 주인공이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혼자 ‘퀄리티 있게’ 술과 안주를 음미할 때 나오는 혼잣말이다. 어쩌면 이 대사는 바쁘고 정신없이 보내는 일상에서 탈피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선택해 스스로 ‘혼족’을 자처한 현대인이 여유롭게 즐기는 순간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스티븐 리 < 한국피자헛 대표 phkceo@yu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