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각부는 어제 3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이 전분기 대비 0.5%(연율 2.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민간 연구소들의 예상치 1.0%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예상외의 ‘깜짝 성장’이다. 올해 한국 성장률을 넘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성장은 수출이 이끌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수 있다. 3분기 수출은 전분기 대비 2% 증가했다. 스마트폰 부품과 철강 제품 등의 수출이 대폭 늘었다. 기저효과라는 지적도 있지만 엔고에도 불구하고 제품 경쟁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분석이 더욱 힘을 얻는다. 구마모토 지진으로 흔들렸던 관광객 수입도 다시 회복됐다. 민간 주택 건설 역시 2.3% 늘어났다. 물론 저유가 등 외부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정부지출 증가율이 불과 0.5%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경기의 인위적인 부양보다 오히려 기업의 활력을 북돋우는 데 진력했다. 외국 정상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일본 브랜드를 홍보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따냈다. 아베 총리가 올 9월 이후 연말까지 만나는 정상들만 15개국이나 된다. 규제개혁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3분기 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7%다. 겉으로는 일본보다 0.2%포인트 높아 보인다. 정작 내용을 살펴보면 크나큰 차이가 있다. 3분기 GDP에서 정부지출 증가는 1.4%나 된다. 일본의 세 배에 이른다. 건설투자 증가도 3.9%다. 정부재정과 건설투자가 지탱하는 경제성장이다. 하지만 수출은 불과 0.8% 증가에 머물렀다. 국민의 해외관광이 늘면서 수입은 2.4% 증가한 마당이다. 제조업은 오히려 0.1% 뒷걸음쳤다. 실질적으로 일본에 뒤처진 것이다. 한국은 기고 일본은 날고 있다.

어제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올해 1~8월 무역액을 근거로 발표한 세계 무역 순위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두 단계 낮은 8위로 떨어졌다. 일본은 여전히 세계 4위다. 한국과 일본 모두 무역국가다. 한국은 경제가 어려울 때도 수출만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하지만 지금 양국 간 수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한국 경제의 한계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