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축산물 신뢰, 해썹으로 완성하자
동의보감에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이 있다. 약과 음식을 같은 것으로 본다는 말이다. 그만큼 음식은 약처럼 사람의 건강을 좌우한다.

축산물은 인류 역사 속에서 오랜 시간 인간의 건강을 지켜온 식재료다. 약식동원이라는 말에 어울릴 자격이 충분한, 역사 속에서 검증된 식재료라는 뜻이다. 채소와 과일만으로 얻기 힘든 단백질과 지방을 공급해 주는 영양원이 바로 축산물이다. 축산물은 생산에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소 한 마리가 제대로 자라기까지 평균 30개월 정도 걸린다. 돼지는 180일 정도 길러야 고기용으로 쓸 수 있다. 이 기간 가축은 스스로 크지 않는다. 사료도 가려주고 틈틈이 운동도 시키는 것은 물론 축사도 깨끗하게 관리하고 온도와 습도도 맞춰줘야 한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 주사도 놓아주고 병에 걸리면 격리해 특별 관리해야 한다.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전염병이 돌 땐 비상이다.

그렇게 온갖 정성을 다해야 건강하고 품질 좋은 축산물이 생산된다. 이후의 도축, 운반, 포장, 판매단계는 품질을 신선하고 안전하게 처리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이다. 가축을 사육하는 처음부터 축산물이 소비자 식탁에 오르는 마지막 단계까지 완벽한 위생과 안전을 확보해야만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이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필자는 축산물 생산에서 신뢰를 얻는 출발점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적용이라고 생각한다. HACCP은 축산물을 생산하고 유통, 판매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이나 변질을 막기 위해 단계별로 사전에 위해요소를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HACCP이 축산물 신뢰의 기반이 되기 위해선 농가의 참여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많은 농가가 건강하고 위생적이고 품질 좋은 가축을 기르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 이런 노력을 HACCP을 통해 제대로 인정받아야 한다. 소비자들은 HACCP 제품을 더 많이 찾고 구매하면서 이 인증에 힘을 실어 줘야 한다.

약식동원이 구현돼 온 국민이 건강해지려면 먹거리를 신뢰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가축을 기르는 농가의 정성이 HACCP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

최농훈 <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