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책도 없이 대우조선 살린다는 정부
“정책을 만든 관료가 수리조선소를 가보기나 했는지 의문입니다.”

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접한 조선업 관련 연구위원이 한 말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1990년대 경제성이 없어 포기한 선박수리사업을 왜 정부가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하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나머지 정책도 기존에 나온 내용을 짜깁기하거나 현실성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2020년까지 11조원으로 선박 250척을 발주하겠다는 것이나 핵심 기자재 설비를 국산화하겠다는 정책은 목표만 있을 뿐 이를 어떻게 실행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가 ‘탁상행정’의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정책들만 나열하고 조선업계 화두인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은 아예 다루지 않자 업계에서는 “이럴 거면 왜 맥킨지에 10억원이나 주고 컨설팅을 맡겼느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조선업계를 ‘빅2’ 체제(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로 재편해야 한다는 맥킨지의 컨설팅 결과를 무시하고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로 결정했다.

일단 살리기로 했지만 어떻게 살리겠다는 것인지 후속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내년에도 수주 가뭄이 이어지고 9400억원의 회사채 만기 도래가 닥치면 대우조선이 또다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게 시장 전망이다. 내년 4월부터 회사채 4400억원의 만기가 돌아와 ‘4월 위기설’도 나온다. 내년 3월까지는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4조2000억원 가운데 남은 대출 한도 7000억원으로 버틸 수 있지만 그 이후가 문제인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부채가 자산을 7700억원 초과하는 완전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6월 말 현재 1년 이내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차입금만 5조5184억원에 달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 “사채권자 집회라도 해서 회사채 만기를 연장하지 않으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발표에 대해 “구조조정을 다음 정부로 떠넘기겠다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땜질식 처방으로 대우조선이 또다시 위기에 빠지지 않을지 걱정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