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실체적 진실에 대하여
범죄수사와 형사소송제도의 가장 큰 목적은 실체적 진실 발견과 피의자 인권보호, 그리고 피해자 인권보호다. 이 세 가지는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소중한 법익이다. 법원, 검찰은 물론 헌법재판소, 법무부 인권국과 국가인권위원회, 시민사회의 인권단체들까지도 궁극의 목표로 지향하는 바다.

예나 지금이나 실체적 진실을 찾아내 형벌권을 바르고 엄정하게 행사해야만 사회 정의가 바로 세워지고 억울한 생명도 구해낼 수 있는 것이다. 하나의 스토리는 여러 개의 작은 조각으로 구성되는데 그 구성 조각들이 그런대로 진실한 조각이어야 전체 스토리도 진실에 가깝게 된다. 여기에 조각 한둘을 누락하거나 엉뚱한 조각을 집어넣으면 스토리 전체는 진실과 다르게 되고 정반대의 스토리가 탄생할 수도 있다.

수사기관도, 언론도, 객관적 진실 규명을 생명처럼 추구하지만 여러 개의 퍼즐 조각을 모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고의 또는 착각으로 진실과 다른 조각이 투입돼 전체 스토리가 완전히 달라져버린 사례가 적지 않다. 이렇게 되는 대부분의 이유는 진실을 구성하는 퍼즐 조각들이 다 모이기 전에 내가 믿고 싶은 구성을 감성적으로, 선입견으로, 조급하게 진실로 단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진실은 그렇게 쉽게 우리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속성이 있지 않은가.

그래서 수사기관과 영장주의를 통한 강제처분절차와 형사소송 같은 법 절차가 필요하고 그 집행은 엄정해야만 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기본권에 터 잡은 헌법과 법률, 그리고 사법부가 발부한 영장이 특정 집단이나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집행이 가로막히는 일도 그저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억울함이 있다면 그 억울함을 진정 진실에 맞게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스스로 정한 법 절차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확인이 필요한 중요한 조각들을 확인하지 않은 채 내 주장만 옳다고 고집하는 건 정도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현대인이 겪는 많은 질병의 원인이 스트레스라고 한다. 실제 생활 속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옛사람들과 비교한다면 현대인은 훨씬 더 복잡한 문명, 복잡한 사회구조와 복잡한 정보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당연히 스트레스가 훨씬 클 것이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보다 실체적 진실이 이념으로, 선입견으로, 편 가르기로 막혀버리고 진실과 거리가 먼 다른 스토리가 진실 행세를 할 때 거기에서 더 큰 스트레스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영곤 < 화우 대표변호사 ykoncho@yoon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