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여전히 블루오션인 바다생물 탐사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꿨지만 이루지 못한 중국의 진시황과, 영화 ‘엑스맨’에서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캐릭터로 나오는 돌연변이 울버린의 운명은 자못 상반된다. 만약 인간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다면 미래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물론 취업난이나 양극화와 같은 이슈들로 개인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오랜 세월 생명연장의 꿈은 인류가 궁극적으로 바라온 일이다.

흔히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짧게는 하루살이부터 길게는 백 년을 넘게 산다는 바다거북에 이르기까지, 기간의 차이만 있을 뿐 수명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인류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영원히 죽지 않는 생물도 실제로 존재한다. 몇 년 전 카리브해에서 발견됐다는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라는 해파리 종은 영생불사 생물로 보고된 바 있으며 우리나라 바다에도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이 해양생물을 지구온난화로 인한 유전적 영향의 결과물이자, 해양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런 해양생물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인류가 접하지 못한 의학적, 과학적 지식을 발견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생물다양성이란 여러 생물이 서로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의미로, 서식지가 몇몇 특정 생물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이상적이고 건강한 생태계를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 산업화·도시화로 인한 생태계 및 생물서식처 파괴로 생물종은 그 수가 급격히 줄고 있으며 절반에 가까운 종들이 멸종했다고 한다. 국제사회는 최근 들어 생물다양성 연구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1972년 유엔환경개발정상회의(UNCED)의 생물종 감소 및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1992년부터는 생물다양성협약(CBD)을 통해 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의 보전 및 생물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유전자원의 이용과 파생이익 공유 등에 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이는 1차적으로는 환경을 보호해 생태계와 자원들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와 더불어 인류의 건강연구나 신소재산업과 직결된 새로운 분야의 시장을 얻기 위한 신산업 창출 의미도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지구상에 과학적으로 기록되거나 발견된 생물종은 약 164만종으로 이 중 해양생물은 대략 23만종이라고 한다. 바다에 존재하는 해양생물 추정수가 약 220만종임을 감안한다면 불과 10%에 지나지 않는 수치다. 바다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우리는 아직 바다의 10%밖에 알지 못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바다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탐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인류가 접근한 바다수심에서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간다면 더 차갑고 더 수압이 높은 바닷속에서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해양생물들을 만날 것이다. 먼 심해까지 갈 것 없이 우리가 사는 도심에서 멀지 않은 갯벌에서조차 아직 얼마나 많은 생물들이 사는지 전부 밝혀내지 못하지 않았는가. 새로운 생물이라면 다른 유전자와 세포, 물질의 구성 등이 기존 생물의 형태와 구별되기 때문에 해당 생물에 대한 로열티(royalty)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도움이 될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을 우리에게 선물로 안겨줄 것이다.

다양한 해양생물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전향적으로 커가고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그로 인해 바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새로운 생물종들을 통해 인류가 지금보다 더 풍요롭고 윤택한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날이 성큼 다가오기를 바란다.

장만 <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