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GMO식품 안전성, 과학계 목소리 들어야
최근 국내 일부 단체에서 미국의 한 유기농단체가 제작한 ‘GMO 룰렛’이란 영화를 상영하면서 생명공학 신품종(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미 과학계에서 잘못된 연구로 확인했거나 괴담으로 판명한 내용들로 구성돼 있다. 세계 과학자들이 GMO 안전성을 입증하고 GMO 반대운동을 규탄하고 있는 흐름과는 정반대 현상이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부 단체의 반GMO 운동과 국회에서 나온 표시제 재개정 주장이 사회적 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광우병 대란’의 전조를 보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1996년 GM콩(제초제 내성)과 옥수수(해충저항성)가 처음 생산·유통된 이후 GM작물의 생산은 비약적으로 늘었다. 2014년 말 현재 생산면적 기준으로 세계 전체 콩의 79%, 면화의 70%, 옥수수의 32%, 카놀라의 24%에서 GM 신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생산수율(재료 투입 대비 생산 비율)은 22% 증가했고, 농약 사용량은 37% 감소했으며, 농민 수입은 68% 증가했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GMO 재배로 기존 농업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더 나아가 GM 신품종들이 개발돼 미래 식량공급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한국은 1999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GM식품의 안전성 평가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2004년부터는 식품위생법 안전성 평가를 통해 GMO가 식품으로 적합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국내 유통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국제적인 안전성 평가기준에 따라 GM식품의 안전성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비과학적인 GMO 괴담이 난무해 불안해하는 국민이 많다.

GMO 괴담의 근원지는 환경단체 그린피스로 알려져 있다. 이 단체는 지난 20여년간 GMO 반대운동을 주도하면서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연구 논문과 괴담 수준의 피해사례들을 여과 없이 전파해 왔다. 그러나 최근 GMO가 세계적으로 이용되고 그 안전성이 확인되면서 그들의 비과학적 논리가 드러나 주요 구성원까지 이탈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노벨상 수상자 121명이 그린피스의 반GMO 운동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냈고, 세계식량상 수상자인 덴마크의 핀스트럽 앤더슨 박사는 “일부 다국적 단체의 무책임한 행동을 처벌하는 국제적 합의가 필요한 단계”라고 주장했다. 세계 과학자들은 GMO 반대운동에 대한 규탄과 함께 GMO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과학한림원, 공학한림원, 의학한림원이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보고서 ‘GM작물: 경험과 전망’은 지난 20년간 GMO의 인체 부작용이 한 건도 없고, 시판이 승인된 GMO식품은 먹어도 아무 염려가 없다고 결론짓고 있다.

국내의 반GMO 운동에 대해서도 과학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월 한국육종학회, 식물생명공학회 등 5개 학회가 반GMO 운동으로 인한 국내 생명공학연구 위축을 우려한다는 성명서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한림원의 목소리-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창조농업혁신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식품과학회, 식품영양과학회 등 9개 식품학 관련 단체도 ‘일부 국회의원들의 GMO 정치이슈화를 우려한다’는 성명서를 일간지에 게재했다.

농업생명공학 연구를 반대하고, GMO 괴담으로 소비자를 불안하게 하는 일부 주장이 걱정스럽다. 시행도 되지 않은 GMO 표시제 개정안에 재개정을 요구하기에 앞서 과학적, 행정적 실효성 검토가 필요하다. GMO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과학계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현명한 판단으로 GMO의 안전성과 표시제를 논해야 한다.

이철호 <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