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핀테크에도 전통은행 영향력 줄지 않아
지금까지 금융 분야 기술 발전은 혁명이라기보다 진화에 가까웠다. 은행의 온라인 서비스가 보편화됐지만, 실제 제공되는 서비스 범위나 영업관리 방식 차원에서는 지난 20여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핀테크(금융+기술) 부상은 모든 것이 변하는 금융혁신 시대의 도래를 의미하고 있다. 디지털 혁명은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개인 의사소통과 기업 간 상호작용 방식이 바뀌었고 심지어 일상적으로 택시를 부르는 방식마저 달라졌다. 금융 분야에서도 새로운 기술 발전이 은행 영업 방식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면서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개인 고객, 정교한 금융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글로벌 대기업 모두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핀테크는 금융혁신 시대 의미

금융 선진국들은 고객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국이 대표적인 예다. 언스트앤영에 따르면 영국 내 핀테크 분야 수익은 2015년에 66억파운드를 기록했고 종사자는 약 6만1000명에 달한다. 언스트앤영은 영국이 핀테크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로 풍부한 금융 전문인력과 자본, 그리고 세제 혜택과 국가 주도의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꼽고 있다.

정보기술(IT) 강국인 한국도 앞선 모바일 및 온라인 기술을 바탕으로 핀테크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전략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핀테크 투자액은 2014년 84억원에서 작년 385억원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첫 4개월 동안 486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의 핀테크산업은 아직 시작 단계지만 선진 IT 인프라와 엄청난 혁신 잠재력, 기술 인력과 강력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변화 속에서 과연 어떤 기술이 성공을 거두고 기존 금융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향후 수십년 동안 기존 은행들이 계속 금융의 중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저비용 고효율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의 출현으로 은행권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예견은 잘못된 것이다. 은행의 중개역할이 약화될 것이라는 인식도 마찬가지다.

전통은행 장점 무시하면 안돼

혁신의 중요성을 과신해서 전통적인 은행이 가진 장점을 무시해선 안된다. 핀테크 기업은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지만 아직 브랜드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고 대규모 안정적인 고객 네트워크 기반도 부족하다.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다년간의 경험도 없다. 또 핀테크는 한 가지 전문 서비스만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고객들은 한 곳에서 포괄적인 해결책을 얻으려고 한다. 결국 고객이 찾는 곳은 은행이다.

기존 금융회사들도 변화에 맞춰 가야 한다. 핀테크 기업이 주(主)가 될 수는 없지만 기존 금융회사는 이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핀테크 업체는 신기술을, 기존 은행은 신기술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수단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HSBC도 전 세계 기업들이 거래에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네트워크에 투자하고 있고, 최근에는 글로벌 무역 촉진을 위한 블록체인 개념의 신용장 개설 시스템을 도입했다.

금융 서비스는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 및 기업 고객은 더 안전하고 편리한 새로운 서비스와 최신 솔루션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마틴 트리코드 < HSBC코리아 행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