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규제를 강화거나 신설하는 법안이 20대 국회 들어 물밀 듯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국무조정실과 법제처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20대 국회 개원 후 지난 17일까지 넉 달간 발의된 의원입법 중 규제 관련 법안은 모두 533개에 달했다. 이들 법안에 담긴 규제 건수는 1017개로 하루 평균 7.4개의 규제를 쏟아냈다. 수많은 규제를 내놨던 19대 국회(3.8개)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해당 법안들이 아직 국회를 통과한 것은 아니다. 개중에는 안전 생명 등과 관련된 필요한 규제를 정한 것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법안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불합리한 규제를 담고 있어 국회 통과 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일정 비율 이상 청년을 채용하지 않으면 기업에 부담금을 물리는 법안도 있다. 이런 법안의 70%가량이 야당이 발의한 것으로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 통과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규제 법안이 봇물 터지듯 하는 것은 경제민주화 바람이 다시 불며 기업활동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데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법안도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규제개혁이나 철폐는 고사하고 규제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임을 예고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입법과 달리 의원입법에는 아예 규제영향평가가 없다는 점이다. 의원입법도 규제영향평가를 받도록 하자는 국회법 개정안이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도 제출됐지만 국회 통과는 미지수다. 입법권 제한이라며 상당수 국회의원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의 ‘전봇대 규제’ 철폐나 현 정부의 ‘손톱 밑 가시’ 등 역대 정부의 규제개혁이 번번이 실패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저항도 있지만 이처럼 국회가 규제 철폐를 가로막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규제를 끊임없이 만드는 탓이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5월 510개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개혁 인식을 조사한 결과 올해 규제개혁 체감도(83.2)가 지난해(84.2)보다 낮아진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를 아무리 외쳐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 역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온갖 규제로 기업을 옥죄는 데 누가 앞장서 투자에 나서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