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학협력, 소통과 협력 통해 진화한다
연구, 인력양성, 인적·물적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산학협력이 강조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학협력이 인력양성 분야에서부터 시작됐다.

산(産)과 학(學)이 연계된 산업교육진흥을 위한 최초의 법은 1963년 제정된 산업교육진흥법이다. 10년 후인 1973년 개정안에 ‘산업교육을 실시하는 학교의 학생은 재학 중 일정 기간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이수하여야 한다’고 기술된 것을 볼 때 당시에도 산학 연계 인력양성의 중요성이 강조됐음을 알 수 있다. 이후 2003년 산업교육진흥법이 ‘산학협력법’(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으로 확대 개정되면서 대학에 산학협력단이 설치됐다.

그런데 산학협력단은 총 335개(일반대학 170개, 전문대학 136개, 기타 29개)에 이르지만 총 연구비가 500억원 규모 이상인 일반대학 숫자는 31개에 그치고 있다. 2008년부터 대학에 설립된 기술지주회사는 현재 47개인데 매출은 아직 미미한 상태다. 이처럼 산학협력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왔지만 성과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두드러진 성과가 없는 게 사실이다. 특허도 활용되지 못한 채 사장되는 게 많고, 기술이전 수입도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형편이다.

그러나 산학협력 지표와 관련해 보다 정교한 분석이 필요하다. 2015년 미국 국가과학재단(NSF) 자료에 따르면 연구비가 가장 많은 대학은 존스홉킨스대로 총 연구비는 약 22억4000만달러를 헤아린다. 지원기관별로 보면 학교 자체 3.9%, 연방정부 87%, 주정부 0.3%, 민간 2.5%, 비영리기관 6%, 기타 0.3%다.

반면 2015년 대학정보공시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구비가 가장 많은 서울대의 총 연구비는 약 5120억원이며, 지원기관별 연구비 비율은 학교 자체 2.7%, 중앙정부 85.1%, 민간 11.8%, 해외 0.5%다. 서울대의 총 연구비가 존스홉킨스대 총 연구비의 19% 정도에 그치고 있음을 볼 때 한국 대학의 연구비는 미국 대학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연구비 상위 20개 대학의 총 연구비는 약 206억달러인데, 우리나라의 연구비 상위 20개 대학의 총 연구비는 약 3조420억원으로 미국 연구비 상위 20개 대학 총 연구비의 12.3%에 불과하다.

연구비 상위 20개 대학의 지원기관별 연구비 현황을 살펴보면 미국은 대학 자체 17.6%, 연방정부 61.4%, 주정부 3.6%, 민간 6.4%, 비영리기관 7.5%, 기타 3.5%인 반면 한국은 대학 자체 6.0%, 중앙정부 73%, 지자체 1.9%, 민간 18.5%, 해외 0.6%다. 한국 대학들이 민간으로부터 지원받는 연구비 비중이 미국 대학의 약 3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한국의 산학협력이 미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국내 산학협력 생태계를 세밀하게 분석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다. 국내 산학협력 현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국내 많은 대학이 산학협력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산학협력 우수대학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산학협력 우수사례를 정리하고 참여 주체별 역할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이 공동 주관하는 ‘산학협력 EXPO’가 사흘 일정으로 22일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고 있다. 산학협력 주체들이 모여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진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김우승 < 한양대 교수·전국 LINC협의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