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노트7 단종을 놓고 또 선무당들이 춤을 추고 있다. 애플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 언론은 물론이고 그동안 대기업에 비판적이던 국내 언론들은 때는 이때라는 식으로 온갖 힐난을 퍼붓거나 싸구려 조언 따위를 내놓고 있다. 정치권도 이런 훈수에서 빠지지 않는다. “부실 누적이 폭발했다”(이혜훈 의원)는 그럴싸한 지적도 있고 “‘경제민주화’가 시급함을 절감한다”(김종인 의원)는 홍두깨 같은 견해도 있다. 아니 대체 무슨 부실의 누적이며, 애플은 경제민주화를 하는 회사인가. 신속한 신제품 출시나 과감한 의사결정 등 삼성 특유의 경영방식을 통째로 부정하는 비판도 제멋대로 나온다. 소니와 노키아처럼 부서 이기주의와 관료주의가 삼성을 곤경에 빠뜨렸다는 분석도 있다. 임원들의 고임금도 도마에 오르고 협력사들의 불만이 이번 사태를 일으켰다는 지적까지 있다. 마치 갤럭시노트7의 위기가 예고됐다는 선지자적이며 예언가적인 분석들이다.

물론 이번 갤럭시노트7 폭발 사건은 ‘품질의 삼성’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1등 고지를 사수하려고 밤을 새우며 달려온 갤럭시 전사들에게 이번 사태는 더욱 피눈물나는 일이다. 이 모두가 삼성이 감당해야 할 시련이요 과제다. 열심히 한 것도 문제라거나 1등이 되고자 하는 역사적 욕구마저 매도당하는 작금의 비판조차 감내해야 할 부분이다. 관료주의나 자만심이 깃들었다고 해도 감수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1등이기에 감내해야 할 책무다.

그 어떤 외부인도 삼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술도 경영도 그렇다. 더구나 기술의 총화인 첨단 스마트폰에서 발생한 문제다. 훈수는 가볍기에 아무나 할 수 있지만 책임은 무겁고 오로지 삼성 스스로가 져야 한다. 기술적 결함도, 공정과 설계의 결함도 스스로 발견해 해결해야 한다. 그러고서야 진정한 1등이 되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분석은 바로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신문은 “문제해결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가 오히려 (삼성에) 큰 이득이 될 수 있다. 업계 전체의 안전 대책을 선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전지를 개발하는 것도, 과부하를 없애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삼성의 몫이다. 물론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관료주의 등 허다한 내부 문제를 쌓아왔을 것이다. 뼈를 깎는 고통으로 냉철하게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

1980년대 초의 사례다. GE의 전자레인지 입찰에서 삼성 직원들은 미국 기업이 4~6주 걸려 작성하는 제안서를 단 하룻밤 새에 만들어 왔다. 당시 GE 책임자는 “삼성맨들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고 눈은 충혈돼 있었다”고 회고했다. 지금 그 정신이 문제라고? 아니다. 반도체를 개발할 때도, 디스플레이를 개발할 때도 삼성은 이 핏기 서린 눈으로 1등 고지를 차지했다. 이건희 회장이 품질불량을 이유로 휴대폰 애니콜 15만대를 불태운 것 역시 1등에 대한 집념에서 나온 것이다.

지금 세계는 모두 삼성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아니 한국과 한국인의 위기극복 능력을 보고 있다. 삼성은 이 길을 걸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