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업의 사내 감사부서는 보호돼야
“산업은행이 감사 기능 강화를 위해 감사위원회와 감사실을 신설하면서 산은 리스크관리본부장을 지낸 신모씨를 감사실장으로 보냈는데,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이 감사위원회나 이사회 의결 없이 대표이사 전결로 감사실을 폐지하고 신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해고했다.” “당시 산은을 통해 ‘청와대에서 세 사람을 내려보내려 하니 대우조선에 들어와 있는 외부 인사 세 사람이 나가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상장회사라 감사실을 폐지하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로 제도를 바꾸려고 한 것이다.”

최근에 문제가 된 대우조선해양의 감사 기능이 유린당하는 사태와 관련한 언론과 국회 청문회의 내용이다. 상법에서 인정한 감사기능과 많은 모범 규범 등에서 보호되는 감사의 역할이 철저하게 무시되고 있는 현장이다.

감사위원회로 제도를 바꾸려는 것과 감사실의 폐지는 전혀 무관하다. 감사위원회가 상법상의 감사기능 역할을 한다 해도 감사위원회는 위원회 조직으로, 가동할 수 있는 실무 조직인 감사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많아야 1년에 네 번 정도 개최되는 감사위원회의 경우 3분의 2 이상이 사외이사이며 대부분 상근이 아니므로 실체가 있는 조직인지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상법상의 감사 체계로 감사기능이 존재하든지 또는 감사위원회가 상법상의 감사를 대체하든지와 무관하게 감사실의 기능은 필수적이다. 실무 담당자 직원들의 도움 없이 상근 감사위원 또는 감사위원회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는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상근감사위원이나 감사위원회는 정책적인 판단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감사실은 그 업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실무적인 뒷받침을 해 줘야 한다. 감사위원회가 정책기능이라고 하면 감사실은 실무부서다.

그럼에도 감사실을 폐지하려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감사실장을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감사실장의 임면(任免)은 감사위원회의 승인 사항으로 두고 있는 기업이 많다. 하물며 준수되지는 않지만 감사실 직원의 임면도 감사위원회의 승인 사안이라고 하는 기업도 있다. 상법에서 신분과 임기가 보장된 감사·감사위원이 실무부서를 보호하도록 만들어진 제도다. 최고경영자의 자기(自己) 감사를 제도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상근감사위원을 포함해 모든 감사위원은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선임한다. 따라서 선임과정을 보면 우리나라에서의 감사위원회는 이사회의 하부 위원회 구조가 아니며, 의사결정 과정의 일환으로 감사위원회가 이사회에 보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감사위원회는 이사회로부터도 독립적인 위상을 갖는다.

금융기관의 지배구조법에 의하면 감사위원 최소 1인은 분리 선임의 대상이다. 이 정도로 제도상으로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반 장치를 갖추고 있는데 현실에서의 적용과 실무는 이런 취지·제도와는 요원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감사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을 때, 제2의 또 제3의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반복될 수 있다.

기업지배구조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업 내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실행은 기업의 몫이며 동시에 이에 관여하는 경제주체들이 제 몫을 해 줘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정부는 회계사기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이를 집행했던 재무담당이사에게 책임을 묻지만 앞으로는 이를 점검한 감사위원에게도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갖고 있다. 물론 사외이사로서의 한계가 분명히 있지만 그럼에도 위원회에서 계속 점검하고 확인하는 역할을 해 줄 때 내부 감사실의 실무자들도 긴장해 신의성실한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

손성규 < 연세대 교수 / 한국회계학회장 sksohn@yonsei.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