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의 기업은행에 대한 어제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기업은행장 내정설을 집중 추궁했다. 그동안에도 권선주 행장의 후임에 대한 여러 소문이 파다했다. 현 전 수석은 주택은행 노조위원장, 한국노총 본부장을 거쳐 2004년 부산시장 정책특보로 정계에 입문한 뒤 18대 국회의원, 정무수석까지 지낸 인물이다.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노동운동과 정치가 주업이라고 봐야 한다. 당연히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뿐이 아니다. 한때 기업은행장에 관심을 보였던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방향을 틀어 최근 낙하산으로 부임하는 데 성공했다. 정찬우 씨는 인사가 있을 때마다 허다한 소문을 만들어 냈다.

내년 초까지 임기 만료되는 금융기관장 자리만도 10개 안팎이다. 문제는 세월호 ‘관피아’ 논란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낙하산 봉인이 최근 들어 해제된 듯한 상황이란 점이다. 정피아와 관피아들은 한껏 바빠지게 생겼다. 우리는 낙하산 자체를 전면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내부 승진 등의 순혈주의가 안고 있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낙하산 문제는 더구나 정당제 민주주의의 불가피한 비용이라는 측면도 안고 있다. 정당은 그곳에 속한 정치운동가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이 엽관(獵官)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권과 수명을 같이할 자리라면 정권의 철학을 공유하는 인사가 가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 돌아보면 역대 정권의 낙하산도 그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낙하산도 낙하산 나름이다. 직위에 상응하는 능력이 있는지, 또 해당 인사의 보임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줄지 두루 살펴볼 수밖에 없다. 현 전 수석의 경우 4·13 총선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고, 노동개혁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구나 은행에 들어와 은행 일보다 노조운동 하면 행장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소위 ‘역설적 교훈의 인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참 인사가 이상하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