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인생의 재미, 역전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삶은 ‘C’와 ‘B’, 그리고 ‘D’ 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탄생(Birth)부터 죽음(Death)까지 선택(Choice)의 연속이란 뜻이다.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인간은 평생 끊임없이 무엇인가 선택해야 한다.

자원이 한정적인 환경에서 선택은 불가피하다. 삶의 숱한 갈림길에서 누구나 최선을 찾지만 모든 것을 가질 순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여의치 않으면 차선, 가능한 한 틀림없는 결정을 하고 싶어 한다. 경제학원론에서도 첫 장부터 ‘기회비용’이란 개념을 가르친다. 기회비용은 어느 하나를 택했을 때 포기해야 할 가치 중 가장 큰 가치다. 버릴 찬스가 사소할수록 아쉬움이 덜 하듯, 기회비용은 적을수록 좋다.

모두가 그르침이 없는 선택을 원하지만, 결과는 늘 불확실하다. 제아무리 재고 따져도 선택의 순간에 성패를 가늠할 수 없다. 삶이 참 재미난 이유다. 결정의 대가가 이익인지 손해인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알 일이다.

나 역시 16년간 교수를 꿈꾸며 다닌 교정을 떠나고, 회사에 취직했을 때 혼란을 경험했다. 이 길이 맞는지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보니 가장 중요한 건 선택에 깃든 의지와 실천의 과정이었다. 주저하지 말자. 어느 쪽이든 틀린 선택은 없다. 마침내 꿈을 이룬 극적인 이야기의 주인공처럼, 일단 부딪혀보고 자기 결정에 몸과 마음을 다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나이가 든 걸까. 한때 진부하게 느껴지던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옛말이 이젠 가슴 깊이 와 닿는다. 거저 얻는 게 없다는 현실은 야박하면서도 희망적이다. 행함에는 그만큼의 마땅한 갚음이 따른다. 가족의 건강, 회사의 성장 등 소원하는 것들을 위해 매일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떤 노력을 하며 살고 있는지, 지금의 바람은 과연 떳떳한 것인지 말이다.

생사는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놓인 삶은 주체적으로 채울 수 있다. 무한불성(無汗不成, 땀 없인 이루지 못한다)이라고 했다. 성공은 운 좋게 하루아침에 찾아오지 않는다. 운도, 복도, 기회도 결국은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모든 결정에는 만회할 길이 있다. 쉬이 백기를 들지 말자. 꿋꿋한 노력은 거짓이 없고, 뜨거운 피땀은 결과를 뒤집는 힘이 있다. 형세는 언제든 바뀐다. 그게 바로 인생의 재미, 역전(逆轉)이다.

박수경 < 듀오정보 대표 ceo@duone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