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밝혀낸 게 뭔가.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에 이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 구속영장이 어제 법원에서 또 기각됐다. 지난 6월10일 사상 최대규모인 약 500명을 투입해 롯데 계열사 등 17곳을 전방위 압수수색하며 비자금을 밝혀내겠다고 기세등등했던 검찰이다. 하지만 넉 달이 다 되도록 비자금은커녕 법적 논란 여지가 다분한 횡령·배임 등 곁가지 혐의를 걸어 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퇴짜를 맞은 것이다.

요란한 검찰 수사가 빈 수레로 끝난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작년 포스코 수사는 8개월을 끌다 흐지부지 불구속 기소로 종료했다.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한 민영진 KT&G 사장과 방산비리 혐의자들은 1심이나 최종심에서 잇달아 무죄가 선고됐다. 강만수 전 회장에 대해 검찰은 혐의 입증도 못한 상태에서 ‘사익추구형 공직부패 사범’이라고 부적절한 언급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롯데 수사마저 답보상태다. 검찰이 일단 혐의부터 정해놓고 수사에 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물론 검찰도 할 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잇단 영장 기각과 무죄 선고는 검찰에 심각한 집단적 오류가 존재한다는 심증만 굳히게 할 뿐이다. 검찰은 ‘뭐라도 걸리지 않겠나’라는 투망식 압수수색과 구속영장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왔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압수수색은 연평균 6만8900여건으로 이전 MB정부 때(연 3만4000여건)의 두 배다. 구속영장 청구도 2013년 3만3105건에서 지난해 3만8377건으로 16%나 늘었다.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 공표로 여론재판부터 유도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고도 수사를 질질 끌고 기각과 무죄가 잇따르니 범죄가 아니라 검찰 수사가 더 문제인 그런 상황이다.

드러난 범죄가 아니라 뭔가 정치적 기획에 의해 검찰 수사가 결정된다는 말도 나온다. 롯데 수사도 국면전환용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더구나 검찰 자신이 마치 악의 세력처럼 보인다. 진경준, 홍만표, 김형준 등 검찰의 비리와 추문이 연속극처럼 이어졌다. “국민이 준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강 전 회장의 말이 틀렸다고 할 수 있겠나. 이 무슨 해프닝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