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내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주장을 반박한 보고서를 내놨다. 미 상무부의 ‘2015 수출국별 일자리 창출 기여도’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네 번째로 많이 기여한 국가로 평가됐다. 한·미 FTA로 일자리 10만개가 날아갔다는 트럼프 주장과 달리 한국은 2009년부터 지난 7년간 미국 내 5만5000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 상무부 주장은 지난 6월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무역협정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당시 이 보고서는 미국의 대(對)한국 교역수지가 작년에 283억달러 적자였지만 FTA를 맺지 않았으면 적자가 440억달러로 불어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역시 한·미 FTA로 미국 무역적자가 두 배로 늘어났다는 트럼프 후보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보고서가 잇달아 나오자 안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FTA의 효과를 무역수지나 가시적 일자리와 연결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다. 무역수지만 해도 그렇다. 정치인들은 적자나 수출액에만 주목할 뿐 교역에 따른 눈에 보이지 않는 후생 증가, 특히 수입에 따른 자국 소비자와 기업이 누리는 숨은 혜택은 무시한다. FTA가 상품만 있는 것도 아닌데 미국이 금융, 로열티 등으로 벌어들이는 막대한 돈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다. 더구나 미국 무역적자는 달러가 누리는 기축통화 지위와 깊은 연관성이 있음에도 정치인은 이 역시 침묵으로 일관한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일자리는 상품과 서비스의 교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지 무역 자체가 일자리를 만들거나 없애지는 않는다. FTA 때문에 사라지는 산업과 줄어드는 일자리가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산업구조 고도화의 진정한 효과다. 각국이 그런 변화를 슬기롭게 수용하면서 경제개혁을 해가는 과정에서 사회도 경제도 발전한다. 그리고 세계는 점점 평평하게 수렴해 간다. 바보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유무역의 효과는 자유시장의 효과와 똑같이 생산성과 임금을 높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