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북핵 위협, 미국과 소련 '스타워즈' 교훈서 배워라
동서 냉전의 절정기인 1970년대부터 소련의 서방세계에 대한 군사적 우위전략은 핵무기의 양적확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배치에 집중돼 있었다. 세계를 향한 소련의 군사력 확대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대응은 점차 힘에 부치게 됐다. 결국 1975년 미국이 월남전에서 패배하면서부터 핵개발을 통한 군사력 우위는 소련에 넘어갔다.

1981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은 강력한 보수주의를 기반으로 내외정책을 펼쳤다. 핵탄두와 미사일 숫자를 늘리던 종전 핵경쟁 게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회심의 한 방을 날렸다. 1983년 발표된 전략적방위구상(SDI)이었다. 언론들이 ‘스타워즈’라는 닉네임을 붙인 SDI는 소련의 핵미사일을 우주 공간에서 요격한다는 방위계획이다.

당시 심각한 경제난 때문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우주 무기경쟁을 지속할 수 있는 형편이 안 된 소련은 1985년 ‘미·소 포괄군축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양측은 전략핵의 50%를 폐기하는 데 합의했다. 당시 고르바초프는 군축에 합의하고 소련 경제를 살리기 위해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라 불리는 개혁·개방정책을 실행했다. 이는 결국 소련 공산당 해체와 동구권의 개혁·개방, 소련 연방 붕괴로 이어졌다. 냉전시대의 종언이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은 1980년대 미국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북핵 위협 앞에서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국론 분열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실험을 자행하는 상황에서 남한은 방어용 무기체계인 사드 배치조차 발목이 잡혀 있다. 이 대목에서 냉전 종식을 불러온 SDI의 교훈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파산상태나 다름없다. 김정은이 핵에 목을 매는 것은 핵 이외에는 달리 체제를 지킬 힘이 없다는 방증이다. 사드 배치를 두고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중국의 반대다. 그러나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신냉전적 패권 다툼의 현장이 되지 않으려면 궁극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길밖에는 없다.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하게 하는 길이다. 따라서 소련으로 하여금 핵무기 증강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SDI와 같은 신의 한 수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북한에도 핵을 개발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임을 깨닫게 하려면 완벽한 방어체계로 북을 압도할 수 있는 군사력을 확보해야 한다. 북한의 핵을 원점 타격할 수 있는 공격수단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다. 레이건은 스타워즈를 유엔 연설을 통해 발표하고, 국제사회 지지를 요청했다. 대처 전 영국 총리 회고록에 따르면 레이건과 고르바초프와의 군비감축회담 결렬 위기에서도 SDI계획만큼은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소련은 미국과의 핵경쟁에서 백기 투항한 셈이다.

싸움에서 승패의 관건은 무기보다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다. 우리 대통령도 북한과의 싸움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세계가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독재국가인 북한을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체제로 변화시키려는 것이 우리의 목적임을 세계가 알게 해야 한다.

서인택 < 한국글로벌피스재단 회장,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상임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