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황당한 이익공유제 주장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초과이익 공유제’ 도입을 주장했다. 초과이익 공유제는 대기업이 예상보다 많은 돈을 벌 경우 그 이익을 협력업체와 나누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심 대표는 최근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2011년 처음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 야권에서 자주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외국 업체로부터 고발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법의 취지는 대기업의 이익을 협력업체와 나누자는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 협력업체는 국내 중소기업만으로 구성돼 있지 않다. 해외 기업도 있고 대기업도 있다. 해외 대기업의 비중이 더 크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TV의 최대 패널 공급업체는 중국 BOE다. 국내에서도 1차 협력업체는 대기업이거나 최소 코스닥 상장 업체인 경우가 많다.

이익을 나누려면 각 협력업체가 이익에 기여한 정도를 평가해야 한다. 이 경우 물품 공급을 많이 한 협력업체가 이익 기여도도 클 수밖에 없다. 심 대표 등이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소기업은 이익에 기여한 정도가 작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작은 기업에만 이익을 공유할 경우 BOE 같은 대형 외국 기업이 “우리가 이익에 더 많이 기여했는데 왜 우리에게는 돈을 주지 않느냐”고 소송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계 관계자들은 “이익공유제는 부익부 빈익빈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고도 했다. 대기업이 이익을 공유하면 대기업 협력업체가 되는 것은 하나의 ‘특혜’다. 현재 협력업체들은 어떻게든 대기업 협력업체 지위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공급 가격 인하 등의 방법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작지만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협력업체가 되기 더 힘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익공유제는 정의롭지 않을 뿐 아니라 솔직히 무식한 주장”이라며 “대기업의 횡포가 문제라면 현재의 공정거래법 등으로 규제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인데 정치권에선 좀처럼 먹히지 않는다.

남윤선 산업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