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지진에 단발성 대응은 안된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지진 발생 소식에 국민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 인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뒤 지금까지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한 인터넷서점에서 12일 전후 열흘간 지진 관련 도서 10종의 판매량을 분석하니, 870% 증가율을 보였다고 한다. 국민들의 지진에 대한 불안감이 얼마나 커졌는지 그 심각성이 느껴진다.

2000년대에 들어 크고 작은 지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우리의 지진 대응은 관측과 안내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국은 지진 관측과 대응이 기상청, 국민안전처,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별로 나뉘어 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 지진 예방과 대응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신설 문제가 이번에 반드시 공론화돼야 한다.

지진 발생 대비를 위한 시설 보완 얘기를 꺼내면 사람들은 ‘비용’ 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1위에 올라 있는 경제강국이다. 그러나 국민이 ‘안전’하지 않다면 ‘경제강국’ 타이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칠레는 경제 규모가 GDP 기준 한국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지진 위험을 잘 극복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1월 북미 카리브해의 아이티에서는 규모 7.0의 지진이 발생, 20만명의 희생자를 냈다. 같은 해 2월 칠레에서는 규모 8.8의 지진에 525명이 사망했다. 지진 에너지는 칠레가 아이티보다 500배 정도 컸지만 인명 피해 규모는 비교가 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칠레는 지진에 대비해 체계적인 법령을 마련했다. 칠레의 건설법은 “모든 건물은 규모 9.0의 지진에 버틸 수 있도록 지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칠레는 규모 8.3 강진에 해안가 주민 100만명을 대피시키기도 했다. AP통신은 칠레가 강력한 위기예방 시스템을 갖췄고, 최근 5년간 비상 대응계획을 발전시켜왔다고 분석했다.

또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조직 정비에 주력했다. 칠레 정부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 임시 위원회를 설립해 피해를 수습했다. 이 위원회는 1974년 내무부 국가비상사태관리국(ONEMI)이라는 정식 조직으로 승격돼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ONEMI는 비상사태에 대한 예방 경고 대응 재건 활동을 주도한다. 법적·제도적 방안을 마련해 지진 피해를 막고 국민을 보호할 수 있었다는 것이 칠레의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라고 못하리라는 법도 없다. 필자는 국회의원으로서 지진 예방을 위한 관련법 개정과 제도 마련에 온 힘을 다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지진으로부터의 안전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조경태 <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yeskt@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