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안갯속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11월8일)가 불과 50일 앞인데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될지 오리무중이다. 당초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잇따른 악재로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다. 개인 이메일 논란, 빌클린턴재단 의혹에다 건강이상설까지 부각돼 악전고투하는 양상이다. 반면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선거진용을 개편하고 언행에 신중을 기하면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앞으로도 박빙, 초접전이 전개될 가능성이 짙다.

이런 기류 변화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미국의 한 정치분석 매체가 최근 지지율 조사들을 종합한 결과 클린턴 45.7%, 트럼프 44.2%로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1.5%포인트)다. 한때 클린턴이 10%포인트 이상 앞섰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심지어 LA타임스 조사에선 트럼프(47%)가 클린턴(41%)을 압도했다. 승부의 키를 쥔 10여곳의 경합주도 마찬가지다. 트럼프가 ‘대선 풍향계’라는 오하이오주에서 1.7%포인트, 히스패닉 비중이 높은 플로리다주에서 4%포인트 앞서는 역전극이 일어났다. 클린턴의 러닝메이트인 팀 케인이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 말이 현재 분위기를 함축하고 있다.

물론 오는 26일부터 열리는 TV토론이 최대 변수다. 트럼프의 막말, 클린턴의 건강이 주된 이슈다. 그러나 약점 들춰내기로 치달을 경우 더 손해보는 쪽은 이미 다 드러난 트럼프보다 지킬 게 많은 클린턴이 될 공산이 크다. 클린턴은 히스패닉과 35세 이하 젊은 층의 표심을 얻는 데 고전하는 반면, 트럼프는 백인 노동자층의 지지를 견고히 하고 있다.

클린턴이나 트럼프나 미국 유권자들에게 비호감이긴 마찬가지다. 세계 최초 민주주의 국가조차 선거가 최상이 아니라 차악(次惡)을 뽑는 게임이 된 것은 유감이다. 국가의 미래비전을 놓고 경쟁하긴커녕 누가 덜 싫고, 덜 혐오스러운지를 가리는 부정의 선택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미 대선 결과는 한국은 물론 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냉정하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대외정책 기조의 변화 여지는 크지 않을 것이다. 반면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등을 내건 트럼프의 당선은 안보 통상 등 여러 방면에서 상당한 충격을 몰고올 공산이 크다. 우리로선 적지 않은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다행스런 점은 트럼프가 지지율이 오르면서 발언과 공약에서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해온 공화당의 정강과 조화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미 언론들은 최근 들어 자유무역의 중요성에 대해 후보들이 잘 알아야 한다는 주문을 많이 내놓고 있다. 대미교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에 장벽을 쌓아봐야 중국과 러시아에만 이로울 뿐이란 논리도 나온다.

오히려 지난 8년간 민주당 정부의 모호한 대외정책은 허다한 오해를 불러온 게 사실이다. 시리아 등 중동과 중국 문제가 다 그렇다. 따라서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의 정책기조에 부합한다면 전혀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우리로서는 잘만 하면 중국을 염두에 둔 한·미 동맹 재구축과 북핵 해결의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물론 비용 최소화라는 전제에서다. 문제는 트럼프의 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대비가 제대로 돼 있느냐다. 그동안 국내 언론은 그의 막말과 기행만 부각시켜 제대로 된 평가와 분석을 오히려 방해했다고 할 만하다. 이제라도 철저히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