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귀산촌(歸山村)
귀농(歸農)·귀어(歸漁)에 이어 귀산촌(歸山村)을 꿈꾸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해 한 조사 결과 ‘산림에서 살고 싶다’는 응답자가 76.4%나 됐다. 자연에서 호흡하며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데다 산림자원과 휴양·치유·체험 등 연관 아이템까지 풍부하기 때문이다. 땅값이 농지의 10~20%에 불과하고 농약이나 비료를 뿌려야 하는 농사만큼 힘들지도 않아 은퇴를 앞둔 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예전엔 목재용 장육림(長育林)이 주된 수입원이었다. 그러나 1~2년 만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두릅 오가피 오미자를 비롯해 5~6년이면 과실을 얻을 수 있는 산수유 살구 산벚 등 수종이 다양해졌다. 버섯이나 산삼류 등 약용식물 수입도 짭짤하다. 고로쇠, 호두나무 재배로 성공한 사례도 많다. 국토의 63%가 산림이지만 임산물과 목재 생산, 휴양·관광 분야 활용은 아직 30%에 못 미친다. 그래서 산림청이 ‘사유림 경영 활성화 대책’ 등을 내놓고 있다.

귀산촌을 준비하려면 가족 합의부터 작목 선택, 영농기술, 정착지 물색, 주택 및 땅 구입, 영농계획 수립 등 단계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임야를 선택할 때도 작물에 따라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벌목 후 유실수를 심으려면 남향 산지도 괜찮지만, 버섯이나 산약초 등을 재배하려면 응달이 많은 북서향을 택하는 게 좋다.

이런 정보는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 등의 귀산촌 지원 프로그램에서 얻을 수 있다. 한국임업진흥원의 ‘귀산촌 체험 스테이’나 ‘산림정보 다드림(林)’ 사이트, 한국산림아카데미의 ‘산촌체험지도사 과정’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마침 산림청이 올해 추경예산으로 귀산촌 창업자금 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귀촌 5년 이내 임업인’ 또는 ‘산림 분야 교육을 40시간 이상 이수하고 2년 이내 귀산촌 예정인 사람’에게 3억원까지 융자한다. 밤·잣 등 임산물 생산·유통자부터 숲 해설가, 산림치유지도사 등 산림복지서비스 종사자까지 포함된다.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다. 가장 큰 실패 요인은 동네 부인회와 노인회 등 지역주민과의 불화다. 작목 선정에서도 현지 여건과 기술, 자본력, 품목별 출하지역 등을 고려해야 한다. 농작물은 다음해 바꿀 수도 있지만 산작물은 5~10년이 걸린다. 관련 법규 또한 알아야 한다. 그래서 최소 5년 전부터 준비를 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인생 2막을 누리는 것이야 모두가 꿈꾸는 일이지만, 그럴수록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덤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귀거래(歸去來)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