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미국 대선, 누가 이겨도 비슷해질 대중(對中) 통상정책
미국 대통령 선거가 50일도 남지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트의 격돌은 세기의 대결이다. 복싱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기로 남은 무함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빅매치에 비유된다.

트럼프의 성향과 공약은 알리를 닮았다. 빙빙 도는 아웃복서인 그는 링 밖에선 톡 쏘는 말로 상대의 약을 올렸다. 클린턴은 프레이저 스타일이다. 치고 들어가는 인파이터인 데다 잘 계산된 말과 글이 장기다. 두 대선 후보의 정견과 공약은 극명하게 차이를 보인다. ‘함께하면 강하다’(클린턴) 대 ‘미국 우선’(트럼프)으로 상징하는 선거 구호부터 다르다. 외교안보정책, 대북정책, 이민정책, 조세·금융·에너지·보건정책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것이 드물다.

통상 분야에서는 두 사람의 공약이 많이 닮았다. 유세 기간 중 트럼프에 이어 클린턴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클린턴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추가로 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한 발 더 나아가 기존 FTA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중국산 수입품에 35~4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클린턴은 외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감시할 무역감찰관을 새로 임명하겠다고도 했다. 모두 매파의 공약인 셈이다.

미국에서 통상문제는 결국 대(對)중국 통상정책으로 귀결된다. 그렇다면 내년부터 미국이 강수를 두고 중국이 맞받아칠 것인가. 그래서 마찰이 보복이 되고 보복이 무역전쟁으로 비화할 것인가. 미국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매파의 공약은 울음소리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에는 한계가 있다. 선거 유세 기간에는 강경한 주장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미·중 무역 확대로 중국이 미국 제조업의 일자리를 가져갔다는 것이다. 그러니 중국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수입이 줄어들고 중국으로 간 미국 제조업체도 돌아와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제조업 일자리는 추세적으로 갈수록 줄고 있다. 게다가 자동화가 이뤄지면서 관세를 올린다고 해서 일자리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 것이 제조업의 새로운 법칙이 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지금처럼 일부 품목이 아니라 전면적인 관세폭탄을 때린다면 어떻게 될까. 중국은 즉각 경제보복에 나설 것이고 민족주의 성향의 반미주의가 확산될 것이다. 중국으로 간 미국 제조업체가 미국으로 되돌아오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보다는 비용이 저렴한 다른 국가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대중국 보호무역정책은 일정선을 넘지 않고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교육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일자리를 확대,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2005년 7월 대미 달러 페그제를 폐지하고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도입해 관리변동환율 제도로 접어들었다. 그때부터 10년 동안 위안화의 대미 달러 환율은 약 25% 평가절상됐다. 그러나 2015년 하반기부터 중국 내 투자 수요 감소와 대량의 자본 유출로 위안화는 반대로 평가절하 압력이 커졌다. 중국의 외환보유액도 예전 같지 않다. 중국 금융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환율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은 지금 오히려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을 환영해야 할 판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압박하기보다 기존 질서에 더 참여하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압박한다고 개방을 더 하는 그런 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한진 < KOTRA 타이베이무역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