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리튬 경제학
이 광석에 먼저 관심을 가진 사람은 의학자들이었다. 이들은 각종 정신 질환에 이 신비한 돌이 유용할 것이라고 믿었다. 100년간의 실험이 이어졌다. 리튬은 우울증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으로 이 광석에 눈독을 들인 사람은 핵물리학자였다. 핵폭탄에 이어 수소폭탄을 만들려는 이들에겐 수소를 담는 저온 장치에 리튬이 안성맞춤임을 확인했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1953년 리튬폭탄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정작 리튬이 폭발적 인기를 끈 것은 소형 가전에 들어가는 전지에서였다. 오래가면서도 안정적이고 밀도가 높아 충분한 양의 전력을 담을 수 있었다. 소니가 소형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활용된 것은 스마트폰에서였다.
리튬의 주 생산지는 호주와 칠레로 알려져 있다. 매장량 면에서는 칠레와 볼리비아가 앞선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볼리비아를 잇는 소금광산에 리튬이 매장돼 있다. 이곳에선 리튬이 녹아 있는 액상 광물인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한다.
리튬가격이 급등세라고 한다. ㎏당 13만~14만원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5년 전보다 여섯 배 이상 올랐다. 무엇보다 전기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리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 한 대의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은 스마트폰 약 1만대 분량에 해당한다고 한다. 2020년께는 리튬 수요가 지금보다 2.5~3배 늘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은 세계 1위 리튬 수입국이다. 지난해 1612만㎏, 8900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물론 스마트폰 때문이다. 올 들어 수입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0%를 넘는다. 전기차 시대가 되면 본격적인 리튬 확보 전쟁이 벌어질 것 같다. 리튬의 안정적인 공급이 해당 산업의 사활을 결정할 수도 있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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