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리튬 경제학
그리스인들은 돌이 영적인 힘을 가졌다고 믿었다. 거대한 석조물을 만들고 신전을 돌로 치장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리스어의 돌을 의미하는 ‘리토스’는 물론 신령한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17세기부터 발견된 많은 새로운 광석과 광물에 리토스란 이름을 붙이는 데 주저했다. 하지만 1817년 스웨덴의 우테라는 섬에서 발견된 백색 광석에 포함된 광물에 리토스가 붙여졌다. 원자 기호 3번 리튬의 탄생이다. 과학자들은 물에 뜰 만큼 매우 가볍고, 불이 잘 붙으며, 칼을 들이대면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 광석에 신비함 이상의 그 무엇을 발견한 것이다.

이 광석에 먼저 관심을 가진 사람은 의학자들이었다. 이들은 각종 정신 질환에 이 신비한 돌이 유용할 것이라고 믿었다. 100년간의 실험이 이어졌다. 리튬은 우울증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음으로 이 광석에 눈독을 들인 사람은 핵물리학자였다. 핵폭탄에 이어 수소폭탄을 만들려는 이들에겐 수소를 담는 저온 장치에 리튬이 안성맞춤임을 확인했다. 러시아 과학자들은 1953년 리튬폭탄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정작 리튬이 폭발적 인기를 끈 것은 소형 가전에 들어가는 전지에서였다. 오래가면서도 안정적이고 밀도가 높아 충분한 양의 전력을 담을 수 있었다. 소니가 소형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활용된 것은 스마트폰에서였다.

리튬의 주 생산지는 호주와 칠레로 알려져 있다. 매장량 면에서는 칠레와 볼리비아가 앞선다. 아르헨티나와 칠레, 볼리비아를 잇는 소금광산에 리튬이 매장돼 있다. 이곳에선 리튬이 녹아 있는 액상 광물인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한다.

리튬가격이 급등세라고 한다. ㎏당 13만~14만원으로 지난해보다 두 배, 5년 전보다 여섯 배 이상 올랐다. 무엇보다 전기자동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리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 한 대의 배터리에 들어가는 리튬은 스마트폰 약 1만대 분량에 해당한다고 한다. 2020년께는 리튬 수요가 지금보다 2.5~3배 늘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국은 세계 1위 리튬 수입국이다. 지난해 1612만㎏, 8900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물론 스마트폰 때문이다. 올 들어 수입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60%를 넘는다. 전기차 시대가 되면 본격적인 리튬 확보 전쟁이 벌어질 것 같다. 리튬의 안정적인 공급이 해당 산업의 사활을 결정할 수도 있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